운전석리더십과 조수석리더십

by 글쓰는 직장인

리더의 자리는 어디인가, 즉 어떤 리더십이 좋은지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한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무제 때 숙적 흉노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두 명의 장군이 있다. 황후의 동생인 위청과 조카인 곽거병으로 곽거병이 10살 정도 더 어리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기원전 129년 위청이 먼저 흉노와의 전쟁에 나섰고, 그의 조카 곽거병은 기원전 123년 18세 소년장군으로 전쟁에 나섰다.


재미있는 것은 성공한 장군인 둘의 리더십이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위청은 온건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상사, 동료는 물론 부하들까지 아끼는 성격이었던 반면, 곽거병은 냉혹하고 독선적인 성격에 부하들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일례로 황제가 많은 음식을 내렸음에도 굶주리는 부하들에게는 주지 않고 공을 차고 음식을 먹으며 놀다가 남은 음식은 그냥 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리더십으로 보면 위청은 섬기는 리더십, 서번트형이고 곽거병은 독선적인 영웅형 리더십으로 보인다.


현대 서양에도 비슷한 리더십의 비교 군이 있었다. 2차 대전 태평양 전선에는 육군에 맥아더나 해군에 니미츠가 있었다. 니미츠는 매주 부하들을 집에 불러 가정식으로 식사를 하는 온화하고 조화를 중시하는 성품인 반면, 남북전쟁부터 내려오는 전설적 군인가문의 맥아더는 선글라스와 파이프담배로 상징되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사령관이었다. 물론 맥아더가 곽거병처럼 부하들의 군수 상황에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민주적 스타일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93800972.1.jpg 두 장군의 이미지(출처: [임용한의 전쟁史]〈42〉맥아더보다 니미츠)


영웅형과 서번트 리더십 중 어느 것이 좋을까? 다시 장군들의 예를 살펴보자.


당시 한나라 병사들은 오히려 독선적인 곽거병의 휘하에 복무하고 싶어 했다. 곽거병은 소수 기병대로 기습해서 큰 승리를 거두는 반면, 위청은 대부대로 압박하여 신중하게 승리를 거두어서 곽거병 군의 전리품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미군에서는 맥아더가 필리핀 탈환, 인천상륙작전 등 역전극을 펼치는 동안 니미츠도 미드웨이 해전 등 여러 결전을 승리해서 맥아더와 니미츠 중 누가 더 병사들의 선택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현대에는 다원성과 존중이 강조되면서 서번트 리더십이 각광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장군들의 예에서 보듯이 병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성공이지 스타일이 아니었다. 영웅형을 따라가던 많은 이들이 갑질로 찍혀서 사라지고 서번트형의 조직이 주인 없는 배로 좌초하는 것을 보니, 상황에 따른 유연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군들의 리더십이 상황에 맞춘 건지 불변인지는 모르지만 필승 혹은 필패의 스타일이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 훌륭한 리더십은 여러 가지지만 잘못된 리더십은 단 하나, 바로 실패한 리더십이다.


예전에 받은 한 리더십 수업에서 회사가 차량이라면 리더의 자리는 어딘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답은 그때그때 필요한 자리였다. 조수석 뒤자리에서 상황과 조직을 관리하다가 위기 시에는 운전석이나 조수석에도 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할론의 유연성과 함께 스타일의 유연성도 가리키는 말이라고 본다. 상황에 따라서 영웅이 필요하면 영웅으로, 서번트가 필요하면 서번트로 변신할 수 있어야 한다.


운전석의 맥아더는 조수석의 니미츠와 비긴 반면, 운전석의 곽거병은 조수석의 위청을 이기지 않았는가? 영원한 자리는 없다.

작가의 이전글매너가 사람을 만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