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끓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물은 대체 얼마큼 추워지고 뜨거워질 수 있을까? 얼음은 절대영도까지 차가워질 수 있고 수증기는 대략 2,000도 언저리까지는 물분자 형태를 유지한다니 2,300도 정도의 온도변화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물의 온도변화는 에너지 투입량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고체, 액체, 기체 상태에서의 변화폭이 다르고, 형태가 변하는 순간에도 재밌는 일이 생긴다. 형태가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기체로 변화하는 순간, 즉 변곡점(tipping point)에는 에너지 투입에도 불구하고 온도은 변하지 않는 순간이 생긴다. 그때 에너지는 물분자 간 결합상태를 바꾸는 질적변화에 투입되는데 이를 잠열이라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잠열의 크기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물을 0도에서 100도로 올리는 것보다 100도의 물을 100도의 수증기로 변화시키는데 쓰이는 에너지양이 무려 5배라고 한다. 온도변화가 아닌 질적변화에는 5배나 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스포츠에서도 유사한 예를 본다. 한국의 유명한 스포츠 스타 손흥민은 14살이 될 때까지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훈련만 지속했다고 한다. 어떤 날은 볼 띄우기 훈련만 4시간을 했는데 볼이 3개로 보일 정도로 힘들었다고 인터뷰했다. 지루하고 힘든 구간이었지만 실력이 질적으로 변화하는 잠열 구간이 아니었을까?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운동을 배워보면 누구나 안다. 반드시 슬럼프를 겪는데 그 구간을 잘 보내면 폼도 좋아지고 체력도 향상된다.
직장에서의 경력도 마찬가지다. 신입을 받아보면 대부분 비슷하다. 주변의 분위기와 규칙을 익히고 남들이나 예전 사례를 따라 한다. 금방 실력이 늘다가 정체구간이 찾아오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게 옆에서도 보인다. 커리어의 잠열구간인데 이를 견디고 발전해야 질적인 성장이 이루어진다.
번데기가 나비가 되려면 고치에 들어가서 보내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지루하고 의미 없다고 고치를 거부하면 영원히 번데기로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