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쉬운 부하는 적에게도 쉽다

by 글쓰는 직장인

"리더는 두뇌와 심장을 겸비한 부하를 꺼린다. 둘 중 하나만, 그것도 기형적으로 갖춘 장군을 측근이나 최고 지휘관의 자리에 두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도 그런 사례를 많이 본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패전처럼 큰 손실은 없다. 내가 다루기 쉬운 부하는 적도 다루기 쉽다."(손자병법 298쪽, 손무 저, 임용한 역, 교보문고) - 단. 이 부분은 손무가 아닌 역자의 글이다.


중국 후한 말 대군벌 원소는 그보다 약한 조조에게 패했는데 원소가 결함 있는 참모만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참모들은 고집이 세거나 정치적 수완이 부족하거나 부패하거나 질시가 많은 등 하나씩 결함이 있었는데, 원소는 참모진의 결함을 통해 그들을 다스렸다고 추정한다. 아마 완전무결한 참모는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반면, 라이벌인 조조의 참모진은 큰 결함들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일부 행실이 예법에 어긋난다 정도의 문제만 기록된 것을 보면 결함이 적다. 결함 없는 인간은 없으니 조조가 잘 제어해서 문제 되지 않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참모들이 능력과 지혜를 다하도록 조율에 성공한 조조는 결국 전쟁에서 이겼다.


2,000년 뒤 직장인인 나에게 저 말은 갈수록 절실하게 느껴진다. 나도 평소 손바닥 위에 올려둔 것처럼 빤하고 입안의 혀처럼 구는 사람이 좋지만, 위기가 닥치면 터프하고 한 방이 있는 해결사 같은 사람이 절실하다. 야생마 같은 터프가이가 고착 상황을 단숨에 해소하는 걸 여러 번 보며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사람을 쓰는 일은 참 어렵다. 다루기 힘들지만 능력 있는 부하를 인정하고 기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A급 인재는 A급만 뽑지만, B급은 C급을, C은 D급을 뽑는다'라고 했는데 뒤집으면 능력 없는 자는 능력 있는 자를 부릴 수 없다는 말이다. 우수인재는 유유상종이랄까?


나아가 능력 없는 자가 능력 있는 자를 부려도 문제인 게 자신의 자리가 위험할 수 있다. 후고구려의 궁예가 대표적 예다. 그는 2인자 왕건이 필요했지만 그의 그릇은 질시했다. 왕건을 끊임없이 견제하면서도 차마 죽이지는 못한 궁예는 결국 왕건을 택한 신하들에 의해 왕에서 쫓겨나 죽는다. 앞서 조조와는 반대 케이스다.


어찌 보면 세상은 정글 같은 면이 있다. 모든 일을 선과 악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사람이 있는데 생존의 문제로 보는 접근법도 필요하다. 야생에서 살아남는 토끼는 가장 착한 토끼가 아니라 가장 빠른 토끼다. 사람을 보는 눈도 기르고 품을 수 있는 가슴도 키워야 빠른 토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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