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척 공주의 휴가
11화
왕국의 가을은 바람이 유난히 세찼다.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고,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바람은
“이제 여름은 정말 끝났어요” 하고 말하는 듯했다.
가을맞이 대청소의 계절.
이번에도 대장님이 진두지휘했다.
왕국의 모든 이불이 햇빛 아래 나부끼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건조기이모님에게로 후다닥~
겨울옷을 꺼내기 위해 방마다 문이 활짝 열어젖혔다.
첫째 왕자는 기숙사에서 나와 잠시 들러 가을옷을 챙겼고, 둘째와 막내는 억지로 소환되어 먼지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는 여유 있게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있다.
“좋아, 이번엔 나도 좀 쉬어야지.”
언제나 일을 분담하던 나였지만,
오늘만큼은 구경꾼 모드였다.
명령만 내리고, 손은 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아예 자리를 비워보기로 했다.
친한 친구 무리 중 한 명이 새 왕국으로 이사 간다기에,
집 구경 겸 겸사겸사 가을 나들이를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왕국에는 대장님과 세 왕자들만 남겨두고,
나는 오랜만에 ‘나의 시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창밖의 공기는 선선했고, 카페 거리를 걷는 발걸음이 낯설 만큼 가벼웠고, 콧노래까지 불려졌다.
엄마도, 아내도 아닌, 그냥 ‘나’로서의 하루.
메뉴판을 들고 한참을 고르다가,
달콤한 바닐라 라테 한 잔을 주문했다.
따뜻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치자,
문득 마음이 느슨해졌다.
나는 커피잔을 감싸 쥔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누구의 엄마이기 전에,
나 자신으로 잘 살고 있는 걸까?”
카페 창가에 앉아 바라본 하늘은 높고 투명했다.
가을 햇살이 내 얼굴을 비추고,
머리카락 사이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마음이 조용히 답했다.
“그래도 괜찮아.
오늘만큼은,
예쁜 척 공주 파업이닷. 오늘은 쉬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