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은혜였어
13화.
처음으로 단복을 입고, 우리는 그 앞에 섰다.
빨간빛 블라우스와 검정 치마가 어색하게도 설레던 그날,
분명히 한 주 내내 연습하고 또 마음의 준비도 했다 생각했건만,
막상 예배당의 조명이 우리를 향하자,
심장은 뛰고 손끝은 차가워지고
동공은 서로를 향해 부딪히듯 흔들렸다.
우리가 찬양한 곡은 「은혜 아니면」이었다.
누군가에겐 익숙한 곡, 누군가에겐 처음 마주한 멜로디였지만,
그 가사처럼 우리의 고백은 한 목소리로 모아졌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건
그저 주의 은혜였소…”
고개를 들 수 없어 악보만을 응시했고,
음이 흔들리고 박이 조금씩 어긋나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떨림을 넘어서 예배가 되었다.
그날의 우리를 누군가는 ‘연습 부족’이라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그 자리에 선 순간부터 내려올 때까지
모든 것이 은혜였다고.
무대에서 내려와
다리가 풀려 뒤에서 털썩 주저앉듯 앉은 나를,
“괜찮아, 참 잘했어”라며 웃어준 단원들.
무거운 마음으로 예배당을 나서는 나를
가볍게 감싸주던 그 눈빛까지도
은혜였다.
단복을 벗고 돌아오는 길,
혼잣말처럼 입을 열었다.
“주님, 제가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어쩌면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마음은 진짜였어요.”
그리고 또 들려왔다.
가슴 깊이 박힌 「은혜로다」의 후렴처럼.
“한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내 삶을 에워싸는 하나님의 은혜…”
우리가 부른 찬양은 「은혜 아니면」이었지만,
그날의 모든 순간은
「은혜로다」의 가사처럼
그저 은혜였음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의 모든 찬양과 발걸음 위에
그분의 은혜가 흐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