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의 또 다른 배움
12화. 장애통합반에서 만난 아이들
주임교사로 처음 발령받은 곳은 장애통합 어린이집이었다.
만 3, 4, 5세가 함께 지내는 합반 15명의 아이들과
자폐 진단을 받은 3세 아이,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8세 발달장애 아이,
그렇게 두 명의 ‘특별한 친구’들이 내 반에 있었다.
나는 주임교사였고, 동시에 담임이었다.
특수교사와 함께 투담임으로 교실을 이끌며
하루를 열다 보면,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
그 시절의 나는 늘 바빴다.
수업을 진행하며 동시에 교사들의 일정과 행정,
행사 준비와 학부모 응대까지
모든 게 내 손끝에서 돌아갔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도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세상에서 가장 투명했다.
자폐 진단을 받은 3세 아이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소리에 민감했고, 특정 색깔의 블록만 만지려 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내가 불러주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입 모양이 살짝 따라 움직이는 게 보였다.
나는 그 작은 변화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 지금 이 순간도 배우고 있구나.”
또 한 명, 8살의 발달장애 아이는
또래보다 몸집도 크고 힘도 셌다.
때로는 감정이 조절되지 않아 친구를 밀치거나
교실 한쪽에서 혼자 몸을 흔들곤 했다.
그럴 때면 특수교사와 나는 시선을 나누며
한쪽에서 아이를 지켜주고, 한쪽에선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그 아이가 나중에 그려준 그림 속에는
“선생님이랑 나”라는 글자와 함께
커다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그림을 보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장애통합반에서의 시간은
교사로서 나를 다시 세워준 시간이었다.
나는 약한 사람이었다.
눈물도 많고, 쉽게 지치고,
가끔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나를 통해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느끼고, 하루를 웃으며 마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 존재 이유라는 걸 배웠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단지 ‘보육’이 아니었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일,
그것이 진짜 통합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담임교사, 보조교사, 연장반, 특수반, 야간연장반, 그리고 주임까지 모두 경험했다.
어떤 자리에 있어도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이 가장 먼저였다.
그 마음이 있기에, 나는 다시 꿈을 꾼다.
여러 교사의 마음을 아우르는 어린이집 원장이 되는 꿈을 말이다.
그날의 장애통합반 아이들이 내게 가르쳐 준 건,
‘특별한 아이’가 아니라
‘모두가 특별하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 깨달음 덕분에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는 교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