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척 공주

공주들의 여행 준비 대소동

by 지숙수담

15화

예쁜 척 공주는 곧 다른 왕국의 공주들과 함께 3박 4일 동안 타국으로 떠나게 된다.

이 여행은 무려 2년 전부터 계획되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참여하는 모든 공주들이 파워 J형이었기 때문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주의 공주들이

각 왕국의 일정부터 시기, 장소, 아이템까지

모든 조율을 끝내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만큼 설렘도 컸다.

늘 바쁜 왕국의 일상을 떠나

잠시나마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나 자신’으로 숨 쉴 수 있는 시간.

공주들의 마음속은 여행 하루하루를 떠올릴 때마다

가을 하늘처럼 높고 말간 설렘으로 가득했다.


드레스코드를 맞추기 위한 준비도 일대 사건이었다.

첫째 날은 블랙&화이트,

둘째 날은 청청 스타일,

셋째 날은 브라운 계열,

마지막 날은 컬러풀 맨투맨으로 정해졌는데

이 네 가지 색깔을 결정하기 위해

공주들 단체방에는 메시지가 수십 번씩 오갔다.

어떤 날은 30분 만에 76개의 메시지가 쏟아지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이 색이 더 나아?” “아냐, 이 조합이 더 나아!”로 의견이 갈려 결론이 나기까지 하루 종일 진통을 겪기도 했다.


전체 아이템 담당은

꼼꼼함의 끝판왕, 예쁜 척 공주의 몫이었다.

공주는 여행 4일 차의 컬러풀 맨투맨에 어울릴 어깨숄과 색 양말을 고르고, 여행 동안 밤마다 착용할 파자마와 슬리퍼를 협찬받아 챙겨 넣었다.

색깔별 운동화도 준비하다 보니

거대한 캐리어가 순식간에 터질 듯 빵빵해졌다.


왕국은 어느새 여행 준비 소동으로 시끌시끌했다.

공주는 옷을 접었다 펴기를 수십 번,

가져갈지 말지 고민하며 캐리어를 열고 닫기를 열 번은 했다.

그러다 결국 다시 하나씩 챙겨 넣으며

“이건 필요해… 이것도 필요해…”

혼잣말을 반복하는 공주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여행을 3일 앞둔 어느 새벽.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선물 목록까지 메모하며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설레는 마음도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도 함께 고개를 들었다.


대장님 없이 처음 떠나는 타국 여행.

왕자들을 두고, 왕국을 두고

공주들끼리만 떠난다는 것이

설렘과 두려움 사이에서 마음을 흔들었다.


“괜찮을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걱정이 한가득 밀려왔지만,

예쁜 척 공주는 곧 심호흡을 하며 캐리어를 닫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래. 무섭고 떨리지만…

가끔은 떠나야 다시 살아지지.”


그 말이, 공주의 가슴속에 작은 용기처럼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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