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길
13화. 바다로 가는 길 – 아이들의 마음이 흐르는 자리
교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이 먼저 알아챘다.
책상 위에 나란히 놓인 파란 비닐, 그리고 그 위에 조용히 자리 잡은 그림책 한 권.
책 제목은 『바다로 가는 길』.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나둘씩 책 앞으로 모여들었다.
책을 꺼내 놓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이 순간이 나는 늘 좋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마음이 따라오는 아이들의 솔직함이 교실 공기를 환하게 채운다.
“선생님, 여기 물이 흘러요!”
“아기 물방울이야?”
“바다에 가는 거야?”
표지 하나만 보고도 이미 이야기는 아이들 마음속에서 흘러가기 시작했다.
책을 펼치자 작은 물방울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숲 사이를 지나고, 동물들 옆을 스치고, 바위에 부딪혀 잠시 흔들리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또르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아이들은 물방울을 응원하듯 책장을 바라보았다.
“넘어져도 다시 가네!”
“물방울 용감해.”
“이제 곧 바다 가겠다!”
그 말들이 어쩐지 아이들 자기 자신을 닮아 있어
나는 조용히 웃음이 났다.
작은 몸 안에 담긴 큰 마음, 그리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힘. 그게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는 진짜 방식이니까.
책을 덮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활동으로 이어졌다.
“우리도 물방울 만들어요!”
“바다로 가는 길 길도 만들자!”
이미 마음속에서 놀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교실 가운데 파란 비닐을 길처럼 길게 펼쳐두고
그 위에 놓일 ‘우리만의 물방울’을 만들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동그라미에 셀로판지와 물감을 섞어 바르면 햇빛을 만나 반짝거리는 작은 썬캐쳐가 된다.
아이들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색이 겹쳐지며 번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아이는
“물 기분이 바뀌었어.” 하고 말했고, 다른 아이는 셀로판지를 붙이며 “여기로 가고 싶대.” 하고 중얼거렸다.
그 아이의 말이 내 마음속에 조용히 새겨졌다.
감정이라는 건, 때때로 색처럼 번지고, 때때로 셀로판지처럼 투명하게 겹쳐지며 흐르는 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완성된 물방울들을 우리가 만든 ‘바다’ 위에 올려두자
아이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우와! 다 모였다!”
“물방울 친구들 같이 여행 가는 거야!”
서로의 작품이 만나자 전체 풍경이 더 깊어지고
아이들의 감탄도 더 커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늘 활동을 조용히 정리했다.
오늘 아이들은 물방울처럼 자연스럽게 흘렀다.
그림책이 길을 열어주고, 아이들의 놀이가 그 길을 이어주고, 마지막엔 서로의 마음이 큰 바다를 만들어냈다
서툴러도 괜찮았고, 잠시 멈춰도 괜찮았고,
친구의 물방울과 나란히 서는 순간. 아이들은 이미 여행의 이유를 알고 있었다.
햇빛이 비칠 때마다 흔들리는 물방울들 사이로
오늘 하루도 조용히 흘러갔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어떤 작은 강도 마침내 따뜻한 바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