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유치원
14화. 가을 숲에 열린 곤충 유치원
가을빛이 교실에 스며들기 시작할 즈음, 아이들과 함께 만든 단풍나무 장식이 어느새 진짜 숲처럼 우거졌다. 노랗고 빨간 잎이 바닥에 살포시 내려앉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자리에 모여들었다.
“오늘은 무슨 책 읽어요?”
아직 책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작은 목소리들이 먼저 반짝였다.
나는 가을잎 가운데 조심스레 한 권의 책을 내려놓았다
『곤충 유치원』.
표지가 보이자마자 아이들은 단풍나무 밑으로 가 책을 넘긴다. 두 다리를 쫙 피고 다리 위에 책을 올려두고 본다.
“곤충이 엄청 많아!”
“이거 잠자리다!”
두 아이는 책을 가운데 두고 자연스레 몸을 가까이했다
책 속 숲길로 들어가듯, 아이들의 시선은 한 장 한 장 넘기는 그림마다 깊이 빠져들었다.
그림책 속 곤충 친구들이 유치원에 모여와 인사를 하고, 자리를 찾아가고, 서로 도우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과 닮은 장면을 찾았다.
“우리도 이렇게 동그랗게 앉잖아.”
“맞아, 우리도 도와줘요.”
곤충들의 하루는 곧 우리 반 하루와 겹쳐지기 시작했다
책을 덮는 순간, 아이들은 곧장 주변의 가을잎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단풍잎 사이에 숨어 있던 곤충 카드가 하나둘 나타나자 더 크게 눈이 빛났다.
“잠자리 잡았어!”
“여기 메뚜기도 있었다!”
손에 든 곤충 그림을 서로에게 자랑하며, 아이들은 자신이 곤충이 된 듯한 놀이를 이어갔다.
잠자리는 두 팔을 펼쳐 훨훨 날아다니고, 메뚜기는 바닥을 톡톡 튀며 사라졌다.
가을 숲 바닥은 어느새 작은 곤충 운동장이 되었다.
놀이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테이블로 이어졌다.
도토리 블록을 꺼내자 아이 둘이 나란히 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거 너 줄게.”
“고마워. 나는 이거 줄게!”
도토리를 주고받는 작은 손끝에는 경쟁도, 욕심도 없었다.
그저 책 속 곤충들처럼 서로 돕고 나누는 마음만 고요하게 스며 있었다.
가을 숲 한가운데 앉아 책을 읽고,
잎사귀 속에서 곤충 친구를 찾고,
잠자리를 날려 보고,
도토리를 나누며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들은 말로 하지 않아도 좋은 것들을 하루 종일 배우고 있었다.
『곤충 유치원』은 그저 그림책 한 권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놀이에 스며들어
가을 숲이 곧 유치원이 되고, 아이들 스스로가 작은 곤충 학생이 되어보는 시간이었다.
그날 저녁까지도 바닥에 남아 있던 단풍잎 사이로
아이들의 웃음과 발자국이 여전히 바스락거리는 듯했다.
가을 숲에 열린 우리만의 작은 곤충 유치원.
오늘 하루는 그렇게 따뜻하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