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크레파스
15화
까만 크레파스와 마음 그림
오늘은 『까만 크레파스』를 함께 읽었다.
늘 교실 한켠에 자리 잡고 놓여 있던 까만 크레파스가
사실은 누구보다 깊은 마음을 가진 친구라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책 속으로 오늘도 가슴을 내어준다.
책장을 덮기도 전에
커다란 도화지를 펼쳐놓은 교실 바닥으로 아이들이 하나둘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치 도화지가 아이들을 부른 것처럼 작은 손들이 슬며시 크레파스를 집어 들었다.
처음엔 선처럼 보였던 그림이 곧 마음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또 한 아이는 웃는 얼굴을 그리고, 어떤 아이는 조심스럽게 검은색을 꺼내
빙글빙글 원을 그렸고, 또 다른 아이는 교사가 그린 동물과 꽃에 관심 보이며 조잘거린다.
“왜 검은색을 골랐을까?”하고 묻자
아이는 짧게 말한다.
“오늘 아침에 조금 속상했으니깐 검은색으로 하는 거예요”
그 말이 도화지 위에 가만히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 위를 또 다른 아이의 노란 꽃이 덮어주고,
핑크색 하트가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파란 구름이 그 위에 살포시 그림자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말보다 그림으로
서로의 마음을 살살 어루만지는 중이었다.
그림이 어느 정도 채워지자 이번엔 감정 퍼즐판을 꺼내
눈·코·입을 이리저리 붙이며 표정을 만들어 보았다.
“이건 웃는 얼굴!”
“이건 깜짝 놀란 거야!”
“이건… 음… 화났나?”
표정 조각들 사이로 자기 마음을 슬쩍 비추는 아이들.
친구의 감정도 읽어보고, 내 얼굴에도 붙여보고,
그러다 서로 마주 보며
“똑같아!” “다르네!” 하며 깔깔깔 웃는다.
퍼즐이 완성된 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얼굴판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사진 속 아이들의 얼굴엔
즐거움도, 부끄러움도, 뿌듯함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늘의 시간은
감정을 가르치는 순간이라기보다,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스스로 꺼내어 보여준 시간이었다.
까만 크레파스처럼
겉으로 조용해 보여도
속에 얼마나 많은 빛을 가진 친구들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된 하루였다.
아이들의 마음은
색깔로 가득한 작은 우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