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이와 짜잔이
17화
〈얌전이와 짜잔이〉, 그리고 우리 교실에서 피어난 작은 이해의 순간
아침 햇살이 교실에 부드럽게 번지던 시간, 책장을 열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스르륵 내 옆으로 모여들었다. “선생님, 오늘은 어떤 책이에요?” 하고 묻는 아이들의 눈빛 속 호기심이 작고 투명한 구슬처럼 반짝였다. 나는 조용히 책 한 권을 펼쳐 보였다. 바로 『얌전이와 짜잔이』. 책 속에는 조용한 세계를 사랑하는 얌전이와 어디서든 “짜잔!” 하고 등장할 만큼 활기 넘치는 짜잔이가 등장했다. 서로 너무 다른 둘이지만,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따뜻한 과정은 아이들 마음속에 잔잔하게 스며들었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아이들 표정도 조금씩 달라졌다. 얌전이가 숨어 있는 장면에서는 숨소리가 잦아들 만큼 집중했고, 짜잔이가 환하게 등장하는 순간 아이들의 어깨에서 작은 떨림처럼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우리 교실에도 얌전이와 짜잔이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 교실에도 얌전이와 짜잔이가 있을까? 오늘은 감정 카메라로 서로의 모습을 담아볼까?” 책상 위에 놓인 종이 카메라를 본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환하게 웃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손에 마커를 쥐고 자신만의 감정 카메라를 꾸미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푸른색으로 잔잔한 마음을 그렸고, 어떤 아이는 핑크색과 빨간색으로 활기찬 에너지를 힘껏 표현했으며, 또 어떤 아이는 조용히 작은 선과 동그라미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자신의 감정을 담아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또 한 번 생각했다. 아이들은 말보다 그림으로, 설명보다 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 훨씬 능숙하다는 것을.
카메라가 완성되자 아이들은 하나둘 귀에 걸고 서로를 향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선생님, 지금 준호 친구는 얌전이 같아요.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있어요.” “아니야, 나 아까는 짜잔이였어! 이렇게 크게 그렸거든!” “저는 마음이 반은 얌전이고 반은 짜잔이예요.” 아이들은 스스로와 친구들의 모습을 말하며, 서로의 다름을 분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얌전함도, 활기참도 모두 ‘그 아이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놀이 속에서 깨달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하루를 이렇게 정리하고 싶었다.
우리 교실은 얌전이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짜잔이가 뛰노는 곳이기도 하며, 그 둘이 한 아이 안에서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아주 따뜻한 공간이었다.
서로 다른 리듬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숨 쉬는 교실. 서로의 속도를 인정하며, 서로의 마음을 찍어보던 그 순간의 풍경은 책 속 이야기보다 더 아름다웠다.
오늘 우리 반에는 조용한 얌전이가 있었고, 반짝이는 짜잔이가 있었고, 그리고 둘 다이기도 한 아이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담아낸 감정 카메라 속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작은 마법 같은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