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일본여행 1탄
15화.
교사들의 일본여행 1탄
새벽 3시, 아직 세상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우리 다섯 명의 카톡방만큼은 환하게 깨어 있었다.
“일어났어요!”
“저도요!!”
서로의 기상을 확인하며, 마치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집 앞 골목으로 나와 캐리어를 끌고 서 있으니 새벽 공기가 어느 때보다 상쾌했다. 곧 도착한 밴에서 하나둘 내려 인천공항까지 향하는 길은 아직 어둠 속이었지만, 우리 웃음만은 환하게 터져 나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입구컷’.
다섯 명이서 캐리어를 가지런히 세우고, 피곤과 설렘이 뒤섞인 얼굴로 브이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손에 쥔 여권을 한데 모아 사진을 또 한 장.
그 순간만큼은, 정말 우리가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비행기에 올라 창밖을 내다보니 밝아오는 아침과 함께 하얀 날개가 반짝였다. 마음속에서도 ‘일본’이라는 단어가 서서히 현실감을 갖고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오사카에 도착해 첫 식사는 일본 감성 가득한 초밥 정식이었다.
날것에 취약한 나는 초밥 대신 튀김 몇 개로 조용히 식사를 마쳤지만 동료들은 만족도 최고라며 감탄을 쏟아냈고, 그 모습만으로도 이상하게 흐뭇했다.
여행에서 중요한 건 메뉴보다 ‘함께 먹는 사람들’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식사 후, 일본 여행의 첫 관광지는 오사카성.
남편과 함께 왔던 기억에 덧붙여 이번엔 동료교사들과 다시 서 보니, 같은 장소라도 전혀 새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둘만 왔을 땐 여유와 설렘이 가득한 첫 해외여행이었다면, 이번엔 서로 눈치도 보고 배려도 하면서 함께 웃어야 하는 ‘단체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조금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여행의 일부로 마음에 새겨졌다.
첫날의 드레스 코드는 블랙&화이트.
사진마다 자연스럽게 맞춰진 색감이 참 예쁘게 남았다. 초가을 햇살은 우리 편이었고, 날씨요정은 결국 우리에게 왔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사진마다 하늘이 너무나 멋졌다.
오사카성의 바람을 맞으며 우리만의 제스처 사진도 잔뜩 남겼다.
뒤돌아 손을 번쩍 올린 사진에서는 마치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저녁이 되자 도톤보리로 향했다.
낮 동안 한 시간도 넘게 걸었더니 다들 지칠 대로 지쳐 있었지만, 글리코상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땐 언제 피곤했냐는 듯 모두의 표정이 환했다.
저녁 메뉴는 라멘으로 정했는데, 남편과 왔을 때 먹었던 그 맑은 육수의 라멘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간 가게의 라멘은 생각보다 훨씬 짰고, 허겁지겁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래도 배가 고파서인지, 아니면 여행의 힘인지, 결국은 완주 성공.
숙소로 돌아가 짐을 풀고 나니, 대망의 ‘단체 여행 첫날밤’ 이벤트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가 약속한 의상—토끼 양말과 잔꽃무늬 파자마.
거기에 블링블링 LED 안경까지 맞춰 쓰고 생일을 맞은 선생님에게 작은 축하 시간을 가졌다.
룸 안이 갑자기 클럽처럼 번쩍이기 시작했고, 다섯 명 모두 정신없이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만큼은 교사도, 엄마도, 아내도 아닌 ‘그저 친구’였다.
이렇게 우리의 일본여행 첫날은
새벽의 설렘으로 시작해
가을 햇살을 품은 오사카성을 지나
도톤보리의 번쩍이는 야경 속에서
토끼양말과 LED 안경으로 마무리되었다.
첫날부터 거의 혼이 빠질 만큼 바빴지만,
웃음이 계속 이어졌다는 게
이 여행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