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쌤의 뒤죽박죽 여행이야기

교사들의 일본여행 2탄

by 지숙수담

16화. 햇살 아래 걷고, 불빛 아래 웃다


둘째 날 아침,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창문으로 들어온 일본의 햇살은 전날의 피로를 스르르 녹여주듯 따뜻했고, “잘 잤어?”라고 건네는 목소리도 하나같이 밝았다. 다리가 아프다며 투덜거리던 사람도, 기지개를 켜며 하품하던 사람도, 막상 준비가 끝나면 제일 먼저 문을 나서는 건 또 우리였다. 숙소 밖 공기는 맑고 선선했고, 어디선가부터 “오늘도 재밌겠다”는 예감이 따라붙었다.

골목골목 일본 스러움이 묻어나던 교토의 거리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진이 되는 곳이었다. 기찻길은 우리나라와 또 다른 분위기가 있어 한참을 서서 사진을 찍었는데, 햇살은 마치 ‘날씨요정’처럼 우리를 감싸주고 있었다. 다섯 명이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장난스럽게 포즈를 잡을 때마다, 여행 온 사람들이 아니고 그냥 어릴 적부터 붙어 다니던 친구들 같았다. 무엇을 해도 예쁘고, 웃기고, 귀엽고, 그 자체로 풍경의 일부였다.

걷다 보니 골목마다 먹거리 냄새가 여행의 템포를 이끌었고, 우리도 그 유혹을 못 이기고 한 입씩 맛보며 또 한 컷씩 남겼다. 교토의 달달한 녹차 아이스크림은 햇살 아래서 더 녹차향이 진하게 퍼졌고,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고양이 동전지갑 하나, 작은 액세서리 하나씩 손에 들고 룰루랄라 걸음을 옮겼다. 청수사의 돌계단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 다섯 명이 만들어낸 한 장의 사진은 여행 전체에서 가장 ‘우리 다운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하루의 하이라이트였던 오사카 불고기 타임이 찾아왔다. 숯불 냄새가 가게 문틈 사이로 먼저 우리를 반기고, 들어서자마자 어쩐지 모두 말이 없어졌다. 배고파서가 아니라, 그냥 분위기만으로도 맛있을 게 분명해서였다.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가 접시에 올려지자 모두 동시에 “와—” 하고 감탄했고, 첫 입을 씹자마자 눈이 서로를 향해 동그랗게 커졌다. 진짜 말이 필요 없는 맛.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만 바보처럼 올라갔다.

저녁엔 야키토리까지 더했다. 바삭하게 익은 닭날개 꼬치는 껍질이 사르르 부서지는 소리부터가 완벽했고, 촉촉한 속살은 맥주 한 모금과 만나 여행의 밤을 더 깊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네기마 꼬치의 파향과 숯불 향이 어우러지는 순간, 우리는 거의 말이 없었다. 이런 침묵은 맛있는 음식 앞에서만 나오는, 행복한 침묵이었다.

배부르게 먹고 가게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데 밤공기까지 포근하게 느껴졌다. 불빛 아래서 다들 아이돌처럼 포즈를 잡고 웃고 떠들다가도, 사진을 보면 한 명 한 명의 얼굴에 담긴 표정이 다 다르게 예쁘고 나다웠다. 이 날의 마지막 사진은 일본 골목 앞에서 다섯 명이 바람처럼 가볍게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 사진 속 분위기가 바로 이 여행의 느낌이었다. 가벼운 주머니와 가벼운 마음, 그리고 가볍게 웃는 얼굴들.

둘째 날이 특별한 관광지 때문도, 계획이 촘촘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함께 걸은 길, 함께 먹은 음식, 함께 찍힌 사진 속 우리가 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 진짜 잘 왔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도 그래서였다. 아직 일본에 있는 중인데 벌써 다음 여행을 이야기하는 우리. 그게 이 멤버의 매력이고, 우리가 함께일 때 여행이 더 반짝이는 이유였다.


이렇게 일본여행 2탄은 햇살과 불빛, 그리고 다섯 명의 웃음 사이에서 잊지 못할 하루가 되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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