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일본여행 3탄
17화. 브라운의 날, 롯코산에서 나라까지
셋째 날의 드레스코드는 브라운.
브라운 계열의 옷을 맞춰 입은 우리 다섯은, 마치 작은 팀이 된 듯 단단한 결속감을 느끼며 아침부터 발걸음을 맞춰 고베로 향했다. 롯코산 케이블카 앞에서 셀카봉을 꺼내 들자마자, 여행 셀카 장인의 본능이 폭발했다. 케이블카에 비친 우리의 얼굴은 이미 반쯤 웃음이 터져 있었고, 흔들리는 차창 밖으로는 고베의 속살이 조용히 깔리고 있었다.
기모 후드티가 딱 어울릴 만큼 차가운 공기였고, 그 공기 속에서 우리들의 브라운 톤은 묘하게 따뜻했다. 롯코산 전망대에 올라 꽃무늬가 잔뜩 들어간 목수건 어찌 보면 ‘과한’ 아이템을 꺼내 두르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주변 한국 여행객들이 부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어른들은 “하나만 빌려달라”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해, 우리도 웃으며 스카프 하나씩을 건네주었다.
그곳엔 환갑여행을 온 동창들, 아줌마부대, 세대가 함께 여행 중인 가족까지…
여행이란 낯선 공간 안에서 묘하게 가까워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얼굴이 풍경처럼 스며 있었다.
전망대에서는 예쁜 포즈로 다양한 컷을 남기고, 소소한 기념품도 챙기며 고베의 아침을 충분히 만끽했다.
나에게 고베는 남편과 다녀왔던, 마음이 깊숙이 쉬어가는 여행지였다. 그 기억 때문인지, 이번에도 같은 곳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타이트한 일정.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만큼 숨 가쁜 여정이 이어졌고, 마음속의 ‘고베 힐링 로망’은 조용히 접어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베 하버랜드는 놓칠 수 없었다.
캐릭터 샵에 들어가 남편과 아이들 생각에 선물들을 하나둘 고르고, 바다를 바라보며 마신 스타벅스 커피는 잠깐이었지만 꼭 필요했던 숨이었다. 여행지에서의 짧은 여유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행선지, 나라 사슴 공원.
사진으로만 보던 예쁜 사슴들은… 실제로 보니 꽤 다르게 다가왔다.
생각보다 큼직한 몸집, 예상보다 빠른 속도, 그리고… 예상 못한 냄새까지.
사슴과의 거리 유지도 잠시, 사슴이 과자를 본 순간 달려드는 바람에 비명이 난무했고, 정신없이 도망치다 결국 졸고 있던 사슴 옆에서 가까스로 사진 한 장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무서웠는데 웃겼고, 웃겼는데 또 무서웠던”
아주 일본 스러운, 아주 우리 다운 경험이었다.
브라운을 입고 떠난 셋째 날의 일본.
우린 여전히 많이 웃었고, 조금 지쳤고, 또 많이 가까워졌다.
여행이라는 건 결국 그날의 색과, 함께한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