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쌤의 뒤죽박죽 여행이야기(마지막이야기)

교사들의 일본여행 4탄-마지막 컷

by 지숙수담

18화. 마지막 컷, 그리고 안녕

마지막 날 아침은 늘 조금 빠르고, 조금 조용하다.

알람이 울리기 전부터 눈이 떠졌고, 어제까지 분주하던 방 안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캐리어를 닫는 소리, 옷을 접는 손길 하나하나에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는 마음이 스며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마지막까지 우리답게 하루를 시작했다. 오사카의 대관람차를 배경으로 서서 사진을 찍으며, 여행의 끝을 아쉬워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순간을 최대한 즐기기로 했다.


이날의 드레스코드는 알록달록 색깔 맨투맨.

블랙도 브라운도 아닌, 가장 밝고 가장 장난스러운 색들이 모였다. 다섯 명이 나란히 서자 가이드분이 웃으며 “텔레토비 팀이시네요”라고 말했고, 그 한마디에 우리는 또 한 번 배꼽 잡고 웃었다. 여행 내내 수없이 찍은 사진이었지만, 이 날의 사진들은 유독 더 환해 보였다. 색깔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마음속에서 이미 ‘잘 다녀왔다’는 정리가 시작됐기 때문이었을까.

남편과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면서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샀다고 생각했는데도, 괜히 하나 더 집어 들고, 또 하나 더 둘러보게 됐다. 그렇게 시간을 끌듯 매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골목에서도 사진을 남기며, 우리는 여행을 붙잡아 두려는 사람들처럼 움직였다. 셀카봉을 들고 웃고 있는 그 모습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리답다.


그리고 마지막 컷.

가장 친한 선생님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 한 장을 끝으로, 우리의 3박 4일 일본여행은 조용히 막을 내렸다. 특별한 말 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사이. 사진 속 우리는 많이 웃고 있었지만, 셔터가 눌리는 그 짧은 순간에 각자의 마음속엔 분명 아쉬움이 겹겹이 쌓이고 있었을 것이다.


공항으로 돌아와 다시 만난 가이드님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 진짜 마지막이구나.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했던 얼굴들, 일정 사이사이 쌓였던 웃음과 투덜거림, 배려와 눈치, 그리고 결국 더 단단해진 마음들까지. 그 모든 게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이 여행이 특별했던 이유는 일본이어서도, 일정이 좋아서도 아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가, 잠시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그냥 나’로 함께 걸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라는 이름도, 엄마도, 아내도 잠시 내려두고 웃고 떠들 수 있었던 시간. 그게 이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

이렇게 교사들의 일본여행은 끝이 났다.

사진 속에 남은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분명한 건 있다.

언젠가 또 다른 색의 옷을 입고, 또 다른 도시에서, 다시 셀카봉을 들고 웃고 있을 우리를 이미 서로가 알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 마지막은 끝이 아니라, 다음 여행을 위한 아주 좋은 쉼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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