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요한 이 밤
16화.
– 성가곡 「참 고요한 이 밤」을 준비하며
겨울이 성큼 다가온 12월의 시작.
성탄 축제를 위한 찬양 준비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1부 성가대, 2부 성가대, 찬양단, 여성중창단, 남성중창단, 연합성가대..
올해도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무대들이 다시 모였다.
무대는 따로 서지만, 나는 그 안의 모든 자리에 속해 있었다.
나는 매번 이름을 달리해 부름 받는 사람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나는 조용한집사로 기억된다.
“참 고요한 이 밤, 아기 예수 나셨네…”
여성중창단에서 선택한 올해의 찬양곡은
그 제목만으로도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고요하다는 말이,
어쩌면 요란했던 내 마음에 건네는 주님의 초대처럼 느껴졌다.
여성중창단은 매주 주일 오후 2시, 카페옆 성가대 연습실에서 모인다.
서로의 목소리를 맞추는 일은
음정보다 마음을 맞추는 일이었다.
찬양단 연습은 또 다른 날,
성가대는 또 다른 요일과 시간에 맞춰 흩어져 있지만
나는 모두의 일정에 맞춰 내 마음도 매만진다.
이번 성탄축제는 12월 25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에 열린다.
그날, 나는 세 번의 무대에 선다.
다른 복장, 다른 파트, 다른 이름을 달고.
누구에게는 번거로울지도 모를 이 겹침들이
나에게는 기도다.
매번 다른 자리에 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일.
무대에 오르기 전,
나는 연습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본당에 가만히 앉는다
피아노 위에 올려진 악보를 바라보며
그날 불려질 가사 한 줄을 속으로 읊는다.
“참 고요한 이 밤, 주의 사랑 가득해…”
“이 밤의 고요함처럼,
우리의 마음도 주님 앞에 잠잠하기를…”
그날의 연습은 노래보다 기도 같았고,
목소리보다 더 조용한 다짐이었다.
나는 아직 무대에 서지 않았다.
아직 조명도 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무대는 시작되었다.
소리 없는 준비 속에서도 주님은 일하고 계셨다.
나는 작다.
목소리도 크지 않고, 앞에 서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무대를 준비하는 마음 하나만큼은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나는 이 작은 소리로 주님 무대에 선다.
12월 25일,
그 고요하고 거룩한 날,
주님의 탄생을 마음 다해 노래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조용히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