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척 공주의 내돈내산
18화 (마지막 이야기)
글을 써서 처음으로 번 돈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숫자보다 더 크게 다가온 건
‘내가 쓴 문장이 나에게 돌아왔다’는 사실이었다.
예쁜 척 공주는 그 돈으로
무언가를 사고 싶었다.
나를 위한 것도 좋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대장이었다.
늘 가족의 중심에서 묵묵히 버텨주던 사람,
걱정보다 사랑이 많았지만
그 사랑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던 사람.
공주는 마음속으로 정했다.
이 첫 수익은 대장의 생일선물로 쓰자고.
한 달을 고민했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다 다시 접어두고,
‘괜히 비싼 건 아닐까’ ‘정말 필요한 걸까’를
수없이 되뇌었다.
그렇게 고른 건 겨울 패딩이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대장과 함께 백화점으로 갔다.
신상 코너에서 이것저것 입혀보며
공주는 대장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대장은 평소처럼 크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거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공주는 알았다.
아, 이거구나.
카드를 내미는 손은 조금 떨렸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단단했다.
‘내가 번 돈’이라는 사실이
공주를 조금 더 당당하게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대장은 말했다.
“이거 정말 따뜻하네.”
그 말 한마디에
공주의 하루가 환해졌다.
오랜만에 본 대장의 진짜 웃음에
괜히 마음이 몽글해졌다.
그날 밤,
공주는 혼자 조용히 생각했다.
아, 이게 내돈내산의 재미구나.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데
내 시간과 내 마음과 내 글이 쓰였다는 기쁨.
이렇게 예쁜 척 공주의 이야기는
행복한 장면에서 잠시 멈춘다.
사실 공주는 요즘
계속해서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조금 느리게 숨 쉬는 날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잠시 멈춤이다.
공주님의 삶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조금 더 조용해지면
그때 다시,
예쁜 척 공주로 돌아올 것이다.
왕관을 내려놓고
잠시 머리를 식히러 간 공주처럼.
그리고 언젠가 다시 시작할 때,
공주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 잘 쉬다 왔어.”
— 예쁜 척 공주 이야기, 잠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