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여행지-춘천
1화. 첫 번째 여행, 춘천 – 만화 속으로 들어간 하루
모래사장에 하트를 그리고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던 날처럼, 오늘의 시작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때의 아이들은 아직 꼬물꼬물 한 나이, 가방보다 몸이 작아 보이던 시절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 꼬꼬마들과 참 많이도 돌아다녔던 것 같다.
차에 타자마자 “언제 도착해?”를 연달아 묻는 아이들의 재촉하는 모습까지도 설렜었으니 여행은 내 삶의 일부분이었나 보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춘천,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박물관이다.
여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던 시절.
그 두근거림이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마침내 우린 목적지에 도착했다.
-애니타운-
입구에는 빨간 카메라 모양의 커다란 조형물이 서 있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엄마, 진짜 영화 찍는 데야?”
사실 이곳은 영화보다 더 신나는 곳, 그림과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이었다.
왜인지 아이들보다 내가 더 들떠 있었던 것도 같다.
구름빵 카페 간판 앞에서 “나 빵 먹을래!”를 줄곧 외치며 뛰어가던 막내의 모습뒤로 간판 속 고양이처럼 두 손을 모아 상상 속 빵을 들고 있다. 그 모습까지도 너무 귀여워 여행이 시작되기도 전에 마음이 이미 채워진다.
그 순간, 백희나 작가님의 '구름빵'을 읽어주던 시절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동화 속 고양이 남매처럼 두 손을 모아 빵을 들고 뛰어다니던 모습과 빗방울이 떨어진 날이면 꼭 "구름빵 먹고 하늘을 날고 싶다"던 그때의 그 말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인지, 이 간판 앞에서는 우리 가족 모두가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간 듯 웃고 있었던 것 같다.
-만화 속 세상-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들이 줄지어 맞아준다.
아기 공룡 둘리, 장난꾸러기 또치, 그리고 그 옆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이들의 모습이 겹친다.
“메에~롱!” 하고 둘리를 따라 하는 둘째와 눈을 꼭 감고 특유의 귀여운 뿔을 만든 막내의 그 표정과 장난기는 지금 떠올려도 한결같이 사랑스럽다.
한쪽에는 오래된 만화 속 장면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리 부부도 발걸음을 멈췄다.
나는 '슬램덩크'속 코트를 누비는 강백호의 모습과 그때의 그 충격적인 장면에 설렜고, 남편은 '드래곤볼’의 모험 이야기에 빠져 지냈던 시절이 떠올랐나보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에도 작은 만화책장을 만들어 두었었다.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기며 웃었던 시간들이 이곳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고양이 밴드가족 -
야외 정원에는 연주하는 고양이 가족이 있다.
둘째는 무대 위 연주자처럼 포즈를 잡고,
막내는 귀 옆으로 손가락을 세우며 웃는다.
-오래된 만화책 방-
책장이 가득한 만화책 방에서 아이들은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긴다.
장난기 많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눈빛은 반짝인다.
그 모습을 보니 우리 부부의 만화책 사랑이 자꾸만 떠올라 웃다 울다 했던 것 같다.
아이처럼 책 속으로 빠져들었던 그 시절, 그때,
만화 속 주인공의 꿈과 모험이 우리 마음에도 숨을 불어넣어 주던 시간들이 있었더랬다.
여행이란, 이렇게 묻혀 있던 기억과 마음을 다시 꺼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춘천에서의 하루는 웃음으로 채워졌다.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금세 잠들었고 작은 숨소리가 차 안을 가득 메우고,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아이들이 기억 속에서 꺼내 읽을 수 있는 여행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줘야지.”
그렇게 우리 가족의 첫 춘천 여행은 사진 속 웃음과 함께 오래 남았다.
그리고 우리의 뒤죽박죽 여행은 아이들이 자라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