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인천 옹진군에서 보낸 여름
여행 전날, 비 소식이 들려 마음이 무거웠다.
전화를 걸어 펜션 사장님께 물었다.
“사장님, 목요일 예약했는데 비 피해 없으실까요? 정상 운영하시나요?”
허허 웃으시며 “이쪽은 피해가 없으니 내일 뵙자”는 답이 돌아왔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다.
당일 아침, 실습 가는 큰아들은 일정이 있어 두 아들만 데리고 준비를 서둘렀다.
아이들이 많이 자라 예전처럼 짐을 바리바리 싸지 않아도 된다.
어릴 적에는 여행 준비만 해도 땀이 났지만, 오늘의 캐리어는 한결 가볍다.
부슬비 속을 달리다 목적지로 바로 가지 않고, 잠시 안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인천에 도착하기 전, ‘유니스의 정원 보타닉 하우스’에 들렀다.
공방을 지나 식물원을 거니니 싱그러운 초록과 학생들의 예술 작품이 어우러져 눈이 즐겁다.
그 풍경 속에서 대학 시절 만들던 공예과 작품들이 문득 떠올라 잠시 추억에 젖었다.
점심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중국 음식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인천으로 향했다.
옹진군 숙소에 도착하니 바닷바람이 먼저 반겨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물놀이’.
숙소에 딸린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오랜만에 물을 즐겨본다.
평소 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1년에 한두 번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추억을 남길 겸 꼭 들어간다.
비 피해가 심했던 인천이라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혹시나 고생했을 지역 주민들을 생각하며 이동을 최소화했고, 숙소 안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물놀이 후 남편이 숯불에 구워주는 고기와 소시지는 꿀맛이었다.
올여름 처음 맛본 포도는 막내가 “진짜 꿀맛!”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작은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가 마당 한편에서 다정하게 마주 앉아 있는 모습도 여행의 특별한 한 장면이 되었다.
회나 매운탕은 먹지 않았지만, 바비큐파티와 함께하는 저녁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밤이 되자 아이들은 방에서 수다를 떨다 곯아떨어졌다.
코를 골며 깊이 자는 모습이 어찌나 평화로운지,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그 사이 이곳저곳 부인 케어, 아이들 케어, 음식 준비와 운전까지 해내고서 그저 흐뭇한 얼굴로 앉아 있는 남편의 모습이 참 좋았다.
함께하는 여행의 의미가 이런 순간에 있음을 새삼 느꼈다.
이틀째와 셋째 날에도 물놀이는 계속됐다.
수영장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저녁이면 다시 불 앞에 둘러앉아 고기 굽는 냄새를 즐겼다.
이렇게 여유로운 숙소 생활은 오래 기억될 듯하다.
오래전 차이나타운에 들러 짜장면을 먹고 사진을 찍던 아이들과의 추억도 있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숙소에서 보내는 여행 역시 충분히 만족스럽다.
아이들의 방학과, 논문을 쓰기 전 내 대학원 방학이 끝나기 전 함께한 여행이라 더욱 소중했다.
이제 다음 주부터 아이들은 학업의 전장으로,
남편과 나는 각자의 일터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 여름의 물소리와 불빛, 그리고 고양이 모자의 모습과 흐뭇한 웃음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