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척 공주

둘째 왕자의 고독한 자리

by 지숙수담

3화

첫째 왕자가 귀환한 이후, 집안의 공기는 이전과 같지 않았다.

둘째 왕자는 한동안 식탁에 나란히 앉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엄마, 나 나중에 먹을게요.”

그 말은 겉으론 단순한 핑계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형과 함께하는 자리를 피하려는 고백이었다.


학교에 남아 시간을 끌기도 하고, 학원에서 괜히 뒷정리를 도와주다 늦게 돌아오기도 했다. 집 안의 저녁 풍경보다, 혼자 남아 있는 교실이 더 편할 때도 있었다. 형과 마주 앉는 짧은 시간이, 둘째에게는 하루 중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나 역시 언니와 오빠, 동생 사이에 낀 셋째로 자랐기에,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마음을 움켜쥐던 감각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둘째의 억눌린 표정 속에 숨어 있는 속마음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큰아이를 낳고 두 번의 유산 끝에 서른을 넘겨 어렵게 얻은 아이라 그런지, 나는 둘째에게 유독 마음이 쓰였다.

태교도 책을 펼쳐가며 정성스레 했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같은 취미도 마음껏 밀어주었다. 까칠한 구석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아이였다. 나는 그 아이가 여유롭고 따뜻한 교회오빠 같은 모습으로 자라길 바랐다.

하지만 사춘기의 문턱 앞에서, 둘째는 입을 앙다문 채 자신의 이야기를 꽁꽁 숨겨버렸다.

“괜찮아.”

“아니야.”

짧은 대답 뒤에 닫혀 버린 표정 속에서, 나는 그 아이가 얼마나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둘째의 곁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소위 ‘노는 아이들’이라 불리지만, 놀랍게도 그 아이들은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이었다. 어른들이 보기엔 다소 거칠어 보일지 몰라도, 둘째에겐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숨을 고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니까.


나는 가끔 그런 둘째의 선택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해도 되었다.

집 안에서 형의 그림자를 피하려는 마음, 그 답답함을 풀어낼 출구가 필요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셋째로 자라며 느꼈던 그 답답함을, 이 아이만큼은 홀로 떠안게 두지 않겠다고.

엄마로서, 그리고 셋째였던 나로서, 나는 둘째의 마음을 가장 가까이 만져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전 03화예쁜 척 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