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척 공주

둘째 왕자의 대충격적인 날

by 지숙수담

4화

둘째 왕자는 언제부턴가 집에 늦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와 대장은 단순히 학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는 줄로만 알았다.

주 7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각에 들어오는 그의 발걸음이 처음엔 성실함처럼 보였지만, 점점 수상하게 느껴졌다.


대장은 그 모습을 오래 지켜봤다.

“어쩐지… 너무 일정하다.”

게다가 둘째는 늘 용돈이 부족하다 했고, 휴대전화는 잠잘 때와 수업시간을 제외하곤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학원차 시간이 맞지 않아 늘 걸어 들어왔지만,

그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얼굴에는 총기가 사라졌다.


결국 대장은 칼을 뽑듯 학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 순간 둘째가 쌓아온 거짓말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우리가 믿었던 시간표와 설명은 모두 가짜였다.


둘째의 반성문에는 잘못한 일 여덟 가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동안의 거짓말과 회피가 그대로 드러난 글 앞에서, 나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배신감이 먼저 몰려왔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듯 허탈했고, 괘씸했다.

그러다 ‘혼자 얼마나 방황했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따라왔고,

곧 ‘우리가 살펴주지 못해 이런 길로 간 건 아닐까’ 하는 자책이 뒤따랐다.


분노, 실망, 연민, 후회…

내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요동쳤다.

믿었던 만큼 충격은 더 컸고,

믿음이 깨진 자리에 허망함만이 남았다.


무엇보다 아픈 건, 대장과 내가 둘째를 가장 신임했다는 사실이었다.

첫째처럼 거칠게 나서지도 않고, 막내처럼 애교로 무마하지도 않는 T성향답게 자기 일을 똑 부러지게 하고, 자기표현도 분명했던 아이였다.

그 똑 부러짐이 우리에겐 확신이었고, 믿음이었다.


그러나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았고,

둘째는 게임의 늪에 빠져 점점 더 깊은 방황 속으로 들어갔다.

휴대전화는 손에서 놓지 않았고, 눈빛은 흐려졌다.

우리가 가장 믿었던 아이가, 가장 먼저 무너진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나는 괘씸하기도 했다가, 안쓰럽기도 했다가,

결국 자식농사를 잘못 지은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변화무쌍한 내 감정 따위가 뭐 대단하다고,

다 부질없고 허망하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 내 마음속엔 균열이 생겼다.

믿음과 배신, 연민과 자책 사이에서

나는 한동안 길을 잃은 여왕처럼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