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첫째왕자의 귀환 첫날
저녁 6시, 현관문이 ‘철컥’ 열리는 순간.
둘째왕자와 막내왕자는 마치 종소리를 들은 병사처럼 자세를 바로 한다.
낮 동안 티격태격하며 웃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첫째왕자는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손을 씻고 식탁에 앉는다.
“둘째, 오늘 게임했어 안 했어?”
“…안 했어요.”
“막내, 책 봤냐 안 봤냐?”
“…봤어요.”
짧고 굵은 대답이 오간다.
나는 국을 푸며 첫째를 향해 눈길을 준다.
“형이 물어보는 건 좋은데, 목소리 톤 좀 낮춰.
여긴 집이지, 훈련장이 아니야.”
첫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우리 집에서 서열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누가 첫째고, 누가 막내든, 밥상 앞에서는 모두 같은 시민이다.
궁전의 질서를 세우는 건 좋지만, 그게 횡포로 변하면 바로 막아선다.
나는 쎈캐 엄마, 절대 눈치만 보는 평화주의자가 아니다.
그런데 사실, 나는 둘째의 마음을 조금 더 안다.
왜냐하면 나도 언니, 오빠, 동생 사이에 낀 셋째였으니까.
윗사람의 말이 명령처럼 들리고, 그 아래서 숨죽이며 버텨야 했던 기분을 안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둘째 편을 더 들어주게 된다.
오래전, 첫째왕자가 군에 가기 전
둘째왕자는 울면서 내게 말했다.
“왜 엄마 아빠가 아닌 형이 이런 얘길 해요?
왜 형이 나한테 명령하죠? 이해할 수가 없어요.”
엄마 아빠가 집을 비웠을 때만 나타나는 첫째왕자의 돌발 행동과 기분파적인 격한 말들.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 둘째는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 울음 속에는 형에 대한 두려움과,
가족 안에서 자신의 자리가 흔들린다는 혼란이 섞여 있었다.
그 사건 이후, 첫째와 둘째의 관계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둘째는 형을 대할 때면 경계심이 먼저 올라왔고,
첫째는 그런 둘째를 더 단단하게 통제하려 했다.
그래서 오늘 이 식탁의 침묵은,
단순한 형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그때의 감정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무언의 신호다.
첫째왕자의 귀환은 단순한 가족 재회가 아니다.
저녁의 질서를 세우는 ‘군율 부활식’이자,
둘째와 막내에겐 과거의 그림자를 다시 꺼내는 순간이다.
그리고 나에겐, 그 군율 속에서 둘째를 슬쩍 감싸주는
비밀스러운 임무가 시작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