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평화로운 왕국
6화
첫째 왕자는 마지막 학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멀리 타국으로 떠났다.
낯선 땅에서 첫째는 전공 공부와 국가고시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고 했고, 우리는 그 말을 믿고, 든든한 마음으로 첫째를 떠나보냈다.
마지막 학기에는 자격증 공부로 바빠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말처럼 첫째 왕자는 자기 본분을 다하며, 충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멀리 있어도, 첫째가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는 믿음은 왕국에 다시 평화를 가져다주는 큰 버팀목이 되었다.
둘째 왕자는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쳤다.
게임에 빠져 흔들리던 시간을 과감히 뒤로 하고,
중학교 3학년 마지막 학기 시험공부에 매진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학원 대신 집에서 홈스쿨에 전념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기 위해 매일매일 스케줄을 세워 공부하고 있다.
아직은 서툴고 힘들 때도 있지만,
자신을 다시 세워가려는 의지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었다.
또 운동을 병행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내고,
생활 리듬을 다잡으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공부와 운동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둘째의 태도는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일과 공부로 바쁜 엄마를 대신해
빨래와 청소 같은 작지만, 손이 가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착한 아들로 이미지변신 중이었다.
사소한 일이지만 그 작은 손길은 집 안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었고, 나에겐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다.
막내왕자는 여전히 공부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것보다, 장난을 치며 웃음을 터뜨리는 시간이 더 많았고, 늘 긍정의 에너지를 풍기는 분위기메이커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학기를 마친 뒤, 내신 점수를 챙기기 위해 공모전 준비에 바빠져 스스로 점수 올리기에 매진하는 기특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책도 곧잘 읽고, 아주 조금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작은 변화는 사소해 보였지만,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여전히 초등학생 같은 장난기가 남아 있었지만,
그 속에서 분명히 성장의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철없는 웃음 뒤에 숨어 있던 책임감이 고개를 내밀고,
공부와 생활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점차 진지함이 더해졌다.
믿음생활 또한 조금씩 나아졌다.
예전에는 건성으로 흉내 내던 기도와 찬송이었지만,
이제는 제법 진심 어린 태도가 묻어났다.
아직은 어린 마음 그대로이지만,
그 안에서 서서히 자라나는 믿음의 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대장은 대장대로 왕국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분주했다.
그의 어깨에는 무거운 책임이 놓여 있었고,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하루하루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었다.
나 역시 나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냈다.
준비했던 공모전을 마무리하고, 대학원 3학기 공부에 집중해 첫 과제를 제출했다.
세 왕자를 돌보고, 집안일을 챙기며 숨 가쁜 나날이 이어졌지만,
오늘만큼은 마음이 평온했다.
오늘도 거울 앞에 서서 “예쁜 척 공주도 웃는 날이 있어야 살아가지 않겠어?”라고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