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여행, 일본 오사카. 교토
4화
첫 해외여행지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정해져 있었다.
“일본은 꼭 가야지.”
섬유디자인을 전공하며 공예에 빠져 지내던 시절, 내가 손에 쥐던 원단과 도구들 대부분이 일본 것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원단, 퀼트 재단 가위, 바늘, 실, 작은 펜 하나까지. 그 모든 것이 내 손끝을 설레게 했고, 어쩌면 그때부터 일본을 동경하게 된 것 같다.
남편과 함께 반년 동안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다.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로 다녀오기로 했지만, 내 마음은 자유여행처럼 들떴다. 첫 해외여행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도톤보리의 화려한 간판 앞에 서니, 오래전 만화 속 장면에 들어온 듯했다. 반짝이는 불빛과 활기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일본의 첫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오사카성 앞에 서니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잎이 바람에 흔들렸고, 그 속에서 남편과 나란히 찍은 사진은 그 자체로 가을의 선물이 되었다.
교토에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했다. 기모노 차림의 사람들이 오가는 길 위에서 나는 작은 소녀처럼 들떠 있었다. 오래된 신사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바느질하던 시절의 기억이 겹쳐졌다. 공방에서 밤새 원단을 잇고 바늘 끝에 실을 꿰던 그 시간이, 교토의 풍경 속에서 새롭게 이어진 듯했다.
물론 여행길은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일본 전철 노선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몇 번이나 길을 헤맸다.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다시 반대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조차도 여행의 묘미였다. 낯선 길에서 남편과 웃으며 헤매던 순간은 꼭 다시 떠올리고 싶은 기억이 되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음식이었다. 일본에 오기 전부터 기대했던 라멘은 역시 진했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속이 뜨끈하게 풀리며 ‘이게 바로 일본의 맛이구나’ 싶었다. 오사카의 어느 작은 가게에서 먹은 스테이크도 잊을 수 없다. 적당히 구워진 고기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들었고, 소스의 맛까지 기가 막혔다. 까다로운 내 입맛을 이렇게 단번에 사로잡은 건 오랜만이었다.
마지막 날 고베에서 크루즈 앞 카페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신 커피는 여행의 마침표 같았다. 그 순간 남편이 물었다.
“여보, 일본 여행 어땠어?”
나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너무너무너무 좋았어. 다시 또 오자. 몇 번이고 와도 나는 좋아.”
남편은 잠시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도 일본은 여러 번 와봤지만, 너랑 함께한 이번 여행이 제일 좋았어.”
그 말이 어쩐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여행은 풍경도, 음식도, 추억도 남기지만, 결국 함께한 사람의 마음이 가장 큰 선물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친절함과 깨끗함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무엇보다 음식이 내 입에 잘 맞아 걱정이 사라졌고, 가을빛 풍경은 이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했다. 내 삶의 첫 해외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오래된 꿈을 이룬 순간이었고, 부부의 마음을 더 단단히 이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