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쌤의 뒤죽박죽 여행이야기

목포, 내 고향의 품으로

by 지숙수담

5화

목포는 내가 태어나 자라 스무 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내 인생의 절반이 담긴 도시, 그래서 언제 다시 찾아도 낯설면서도 깊은 그리움이 깃든다.


결혼 후 시댁살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고, 어머님은 치매 할머니를 모셔야 하던 시절에는 친정을 찾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명절에도, 긴 연휴에도, 늘 시댁으로 향했고 목포는 멀어져만 갔다. 어린아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울고불고하는 걸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그렇게 해마다 가지 않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친정을 찾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마음 한구석에 서운함이 피어올랐다. “왜 아무도 목포에 다녀오라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친정을 찾았을 때, 목포는 이미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고향의 골목은 새롭게 변했지만, 바람 냄새와 바다 풍경은 여전히 나를 반겼다.

이번 여행에서 가족과 함께 찾은 목포는 참 정겹고 새로웠다. 스카이워크 위에 서니 발밑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하늘이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점심상에는 목포의 별미 낙지탕탕이가 올랐고, 씹을수록 고향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오래전 아버지와 함께했던 식사, 엄마가 차려주시던 밥상이 겹쳐 떠올라 마음이 뭉클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유달산. 바다를 품에 안고 우뚝 선 산은 목포 사람들의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어깨 같았다. 산길을 오르며 내려다본 바다 풍경은 어릴 적 수없이 보았던 모습이지만, 늘 새롭고 특별하다. 도시가 변하고 세월이 바뀌어도 유달산은 그대로였다.


아이들과 함께 들른 수족관도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커다란 상어 이빨 모형 앞에서 사진을 찍고, 유리 수조 너머를 헤엄치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평소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과는 달리, 진지하게 바다 생물을 바라보던 표정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남편은 목포만 오면 운전이 그렇게 편하다고 했다. 차도 많지 않고, 사람들도 급하지 않게 운전하며 양보도 잘해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라고. 그래서 목포로 오는 길은 언제나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고 했다. 또 친정엄마가 둘째 사위를 무척 좋아하셔서, 늘 맛있는 회와 고기를 한 상 가득 차려주시는 것도 남편이 목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밥상 앞에서 웃음이 오가고,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목포 여행은 단순히 고향을 둘러보는 시간이 아니었다. 지난 세월 동안 묵혀두었던 서운함과 아쉬움을 풀어내고, 변해버린 고향 속에서 여전히 나를 품어주는 따뜻한 기억을 다시 만나는 여정이었다. 무엇보다 이곳 목포는 내게 단순한 고향을 넘어선 곳이다. 어린 시절 꿈꾸던 작가의 꿈도, 디자인을 향한 열정도, 지금의 교사라는 길마저도 시작할 수 있었던 뿌리 같은 곳. 그래서 목포에 다시 서면, 나는 언제나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