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추억
6화
5월 중순, 근처 대학교로 직무교육을 받으러 갔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이어지는 강의, 반차와 연차를 나눠 쓰며 3박 4일을 채운 빡빡한 일정이었다. 낯가림이 심한 나는 교육 첫날, 책 한 권만 들고 긴장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우연히 눈이 마주친 얼굴이 있었다. 전 직장에서 알던 선생님이었다. 아이들 학년도 같고, 집도 가까운 인연이 겹쳐 반가움은 금세 친밀함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한 분은 우리보다 열 살 많은 선생님이었는데, 옆자리에 앉아 급속도로 친해졌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모두 중3으로 같은 나이라 더욱 빨리 가까워졌다.
5일간의 교육을 함께하며 점심도, 저녁도 나누었고, 웃음 속에서 어느새 우리는 ‘친구’와 ‘언니’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장난처럼 던진 말이 순식간에 현실이 되었다. “우리 제주도 한번 갈래? 나 거기 몇 년 살다와서 잘 아는데?”하며.. 그것이 시작이었다.
언니의 추진력은 대단했다. 항공권과 숙소, 여행지와 맛집까지 순식간에 정해졌다. 나처럼 극도로 I 성향인 사람이 이렇게 빨리 친해지고, 여행까지 가게 된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6월 말, 드디어 대한항공에 몸을 싣고 제주로 향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쏟아지는 햇살과 ‘HELLO JEJU’라는 환영 문구에 마음이 설렜다. 우리는 미리 맞춰 입은 커플 티셔츠와 청바지로 여행 기분을 만끽했다.
첫날부터 사진 삼매경이 시작됐다. 스누피가든에서는 아이처럼 포즈를 취했고, 카멜리아힐에서는 꽃길을 걸으며 “LOVE YOU” 현수막 아래에서 장난스러운 사진을 남겼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는 깊은 나무 향기를 마시며 한참을 걸었고, 용두암 앞에서는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바다와 사진을 찍었다.
제주의 길 위를 달릴 때마다 창밖으로 늘어선 야자수와 파란 하늘이 눈부셨다. 길가에 주렁주렁 달린 감귤나무도 마치 그림 속 풍경 같았다.
여행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걸으면서, 차 안에서, 식탁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다. 교사로서의 고민, 가정의 무게, 아이들의 미래까지… 담아두었던 진중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짧은 2박 3일이었지만, 우리는 제주의 푸른 하늘과 바다만큼이나 깊고 선명한 추억을 남겼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때로는 인연이 이렇게나 빠르게, 그리고 이렇게 깊게 다가오기도 하는구나.”
변화되어 가는 내 모습이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