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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시 Aug 06. 2024

모닝페이지

1. 새로운 꿈을 꾼다.

얼마간은 퍼져 있어보고 싶기도 했다. 너무 많은 생각들로 얽어매 있던 나의 뇌세포들에게 이제 더는 복잡한 생각일랑 하지 말라고 생각의 자유를 주고 싶었다. 마음이 풀어지면 가장 먼저 몸이 풀어진다. 씻는 것이 점점 귀찮아지는 것은 길어진 머리카락 때문이다. 씻는 것까지는 즐거울 수 있는데 머리를 말리는 시간과 노력과 이런 것들이 나를 머뭇거리게 한다. 다음은 외출할 일이 없어서다. 문득 생각났다. 나 스스로가 현관문을 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문밖으로 이끌어 내지 않을 것 같다.

'친구'필요 없다고 없어도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어렴풋하게 나를 위로하면서 살고 있는데 갑자기 외로워진다. 해가 산에 걸렸다. 왼쪽 열 시 방향. 오전 8시 40분. 책상 위에 오늘의 햇살이 퍼지기 시작할 때 요란한 엠블런스 소리. 누군가 위험에 빠졌는가 보다. 베란다의 식물들이 살아난다. 8천 원짜리 토분에 심긴 게발선인장은 며칠 전 화원에서 들여왔다. 삭막한(푸른 잎들만 있어서) 베란다에 붉은 기운을 넣어주고 싶어서. 동백은 몽우리를 매단 채 달포가 지났고, 빨간 철쭉 혼자 피고 지고 하더니 군자란이 뿌리 근처에 꽃을 피웠다. 식물 같은 걸 베란다에 이렇게나 많이 자라게 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오늘부터 새로운 꿈을 꾼다. 독서를 열심히 하기로 했는데 더불어 성과가 있는 글쓰기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혼자만의 노트에 독후감을 적어놓고 한 장 한 장 쌓이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하기엔 너무 나이 들었다. 건너뛰고. 우연히 접하게 된 '서평 쓰는 법'을 제대로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책을 잘 읽는 방법은 나름 터득해 간다. 노트필기? 메모? 하여튼 그렇게 하며 읽으니 조금 기억에 남는다. 책모임을 위한 책 읽기를 하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읽기만 하면 소용이 없다. 내 안에 들어간 것은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책 읽기 노트를 만들었다. 책을 다시 들추지 않고 노트만 열어도 어느 정도 내용을 알 수 있게. 만년필로 또박또박 써내려 가는 글쓰기가 참 좋다. 이것은 서평 쓰기 책 속에서. 그리고 알고리즘으로 뜬 유투뷰에서 얻은 지식이다. 모닝글쓰기? 모닝페이퍼? 모닝페이지? 아침의 처음을 글쓰기로 보내라는 말이다. 그렇게 해보려고 시작했다. 일기장 아니다. 낙서장이다. 그런데 생각이 없는 목적이 없는 낙서장이다. 오늘 아침 나의 머릿속을 그야말로 오늘.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는 것이다. 전에도 잠깐 블로그에 이런 글을 쓴 일이 있었지만 다시 시작해 본다. 새해, 새달의 시작이 아니고 오늘. 지금의 시작이다. 시 쓰기도 도전해야 한다. 주식 공부는 이제 마음먹고 해 보리라는 결심이 선다. 나도 생산적인(돈 버는) 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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