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의 순자 씨는
“애덜 덜은 통 안 오지요?”
“우리 집엔 언제 가요?”라는 말을 한자리에서 수십 번 반복한다.
“조금 전에 왔다 갔잖아요”
“여기가 바로 순자 씨 집이에요”라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그런 걸 왜 나한테는 말을 안 했어요. 나는 몰랐잖아요”라며 아쉬워한다. 가끔
“왜 가르쳐 주지를 않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한다. 거르지 않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지나온 삶 동안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순자 씨다.
“대형 솥단지에 국을 한 솥 끓여놓고 이틀 사흘씩 시골로 다니며 장사를 하고 오면 그 솥이 텅 비어있었어. 그걸 보면 또 그렇게 위안이 되더라고”
홀로 6남매나 되는 어린 자녀들을 건사했다. 막내가 벌써 환갑을 넘겼다. 치매가 시작되면서 주간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센터로 다시 주간보호센터로 거취를 옮겨온 삶이 벌써 5년 차다. 인지 기능장애는 몸의 장애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3년 차 되었을 때 함께 살고 있는 큰아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매일 당신을 수발하고 있는 아들에게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은 당최 안 와요”라고 말한다.
“내가 엄마 아들이야”
“증말?”
“그걸 왜 말을 안해”라는 말은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매일 반복된다.
당신의 기억 속 아들은 어떤 모습인지?
“여름에 교련을 하고 와서 운동화를 벗어놨는데 거기서 나는 꼬랑내도 참 좋았어”라고
회상하는 큰아들은 당신의 기억 속 어떤 프레임에 저장되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