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 머리 안 쓴다.

2023. 11. 29.

by 따시

치매센터에서 퇴소한 지 1개월째다. 기력이 없으신지 종일 누워지내다가 오후가 되면 서서히 기운을 차린다. 저녁에 아들이 퇴근하면 반짝 좋아지신다. 낮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놀이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교구 몇 개를 샀다.

유아들이 가지고 노는 교구다.

“어머니 저랑 이거 가지고 놀까요?”
“그게 뭔데?”

멀찍이서 쳐다보신다.

“이거 재미있는 거예요”

교구를 펼치고 놀이법을 가르쳐 드린다.

“안 해”

“왜 안 해요? 재미없어요?”
“나 머리 안 쓴다. 싫다.”

그렇게 교구는 한 번도 사용되지 못하고 구석에 놓여 있다.

방문요양보호사가 종일(8시간) 뭘 하며 놀겠냐고 색칠하는 것이라도 사달라고 주문했다.

“어머니는 손 움직이는 거 안 하셔요.”

“내가 잘 꼬드기면 할 거예요.”

색연필과 색칠 밑그림을 건넸다.

요양보호사가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색연필조차 잡지 않으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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