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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시 Aug 13. 2024

모닝페이지

8. 습관 들이기. 나의 기상시간은 언제나 옳다.

아직 햇살은 오지 않았고 커피는 맛있습니다.


여기서 시작한다. 서른 번째 모닝페이지. 서른 번째 아침 커피. 서른 번째 노트 펼침. 창밖을 바라보는 것. 하늘의 기분을 살피는 것. 만년필의 잉크를 채우는 것. 빼곡하게 페이지를 채우는 것.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지 않는 것. 무슨 일이든 차곡차곡 횟수를 쌓아가면 그것이 습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의지 없음으로 못내 아쉬웠던 것은 블로그에 30일 글쓰기를 하기로 하고, 나의 의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의지에 매어 묻어가고자 현금을 지불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때 내가 쓴 글에 코멘트를 달아주고 잘못된 부분을 짚어내주는 어떤 멘토 같은 역할을 리더가 해주는 것인 줄 알았다. 결국 우리끼리 서로서로 코멘트를 달고 글을 올리는 것이었다. 점수를 받기 위해 쓰는 코멘트는 영혼 없는 댓글들 뿐이었다. 콘셉트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어떤 블로거는 젊은 날 이야기를 써 올리는 내 글에 서너 번의 댓글을 달고 나서는 곧 자기도 그 시절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동시대 사람들의 글. 특히 베이비부머세대들의 어린 시절은 누구의 것이랄 것이 없이 비슷비슷하다. 특별한 것 없이 가난했고, 고생했고, 배움이 목말랐고, 동생을 키워냈고, 문명을 처음 만났고......

십여 명도 안 되는 블로거 중에 둘의 글 콘셉트가 겹치니 모르긴 해도 사람들은 둘이 한 사람 아닐까 하는 의문을 한 번쯤 품었을 것도 같다. 어떤 날의 글은 이거 내 사연을 가져다 썼나? 싶은 만큼 닮아있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그이의 경험이므로 나는 그이의 경험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나의 그 시절을 생각해내기도 했었다. 지금 나의 글쓰기는 블로그가 아닌 노트에 쓴다. 많은 작가들이 아침에 일어나 가장 처음 시간에 글쓰기를 했다고 하는 글을 30일 전에 읽었는데 그것이 어디에선지 모르겠다. 나도 그들의 지나온 시간을 조금 흉내 내 보기 위해 모닝페이퍼를 시작했다. 이것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여행할 때도 가지고 가서 번잡스러운 시간에도 글을 썼다. 주변이 시끄러우니 집중하기가 조금 어렵긴 했지만 시작하는 단계이고 나는 이것을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인해 무사히 그날의 모닝페이지를 채울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은 나의 지금 이 시간. 사방은 고요하고 오직 나 혼자만 노트 위에 사각사각 만년필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순간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습관을 강조하는 책에서는 권했다. 30일만 꾸준하게 해 보라고. 그러면 그것은 습관이 되어 더 이상 힘들지 않으리라고. 나는 모닝페이지를 쓰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조금 더 있고 싶은 이불속에서 나를 빼내주는 것이 언제나 이 시간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 새벽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어제 <<월든>>에서 읽었는데 굳이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나의 밤시간을 희생하고 싶은 생각이 아직은 없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다면 나의 아침은 그저 눈이 떠지는 순간이다. 그게 몇 시 인 것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아직 해가 동쪽 산봉우리를 넘지 못한 시간을 좋아하긴 하지만 처음 거실에 나왔을 때 환하게 내 책상을 비추고 있는 햇살의 사간도 좋다. 그러니 나의 기상시간은 언제나 옳다. 그 시간이 내가 가장 예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이번 만년필은 제법 오래 썼다. 몇 번이고 갈아치울 핑계가 있었지만 잘 세척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요즘은 글씨가 매끄럽게 써지지 않고 긁는 소리가 난다. 잉크통에 잉크도 거의 다 써간다. 이것들의 희생으로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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