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물을 주다.

D-23

by 윤선



San Juan de ortega ~ Burgos (26km)
06:40 ~ 13:00 (6시간 20분)




까미노를 걸은 지 벌써 12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매일 새벽이면 저절로 눈이 떠지고,

아직 어둑한 공간에서 나의 짐을 챙겨 나와 걷는 것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오늘은 Burgos에서 하루를 묵으려고 한다.

부르고스는 까미노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 중 팜플로냐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오랜만에 대도시를 간다는 생각에 왠지모르게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동이 트기 전 하늘이 붉게 물든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까미노를 걸으며 알게 되었다.

붉은 태양과 함께 하루의 시작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이 길을 걸으면서 깨닫게 된다.






오늘도 나무 하나 없는 너른 들판을 걸어간다.

저 멀리 부르고스가 보이는 듯 하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마치 신기루 처럼

가까워 보이지만 저곳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꽤나 열심히 걸어야 한다.






맑았던 하늘이 차츰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소낙비가 내렸다.



까미노에서 처음 맞아보는 비였다.

오늘 뭔가 마음이 쓸쓸했는데 이 타이밍에 내리는 비는 마치 나의 친구와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리는 비 틈에 나도 눈물을 훔쳐본다.



‘괜찮아. 울고 싶은 날에는 울면 돼!’





점점 건물이 높아지고,

길 곳곳에 부르고스라는 이정표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12일 동안 고생한 나에게 꼭 선물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부르고스에 입성했다.

알베르게에 도착 후 배낭을 내려놓고 부르고스 시내로 나왔다.




스페인 3대 성당이라는 부르고스 대성당.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도 등재되어있는 아름다운 성당이다.





성당 곳곳과 도시 골목을 누비다 어느 식당 앞에 섰다.

그리고 한참의 망설임 끝에 자리에 앉았다.



나에게 스페인의 해물 볶음밥인 ”빠에야“를 선물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무려 11.5유로라는 거금을 지출했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먹을 자격이 있었다.



아직 힘내야 할 순간이 많으니까.

나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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