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싫다던 그 메세타가 난 참 좋다

D-19

by 윤선


Carrion de los condes ~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26.6km)
06:10 ~ 12:30 (6시간 20분)



어느덧

한 발자국 씩 걷다보니

메세타 고원에 다다랐다.



메세타 고원은 스페인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의 한 가운데에 있는 고원으로서 평균 600m~760m의 해발 고도를 유지하는 곳이다.

그동안 까미노 길은 중간 중간에 작은 언덕이나 산이 있어 나무 사이로 길이 뻗어나가기도 했고,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목적지 삼아 보며 가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메세타 고원은 다르다.

그저 끝이 보이지 않는 평지가 나를 기다렸다.




그 끝은 마치 지평선이듯,

잡히면 잡힐 듯 사라지지 않는 아지랑이와도 같았다.




누군가는 이 길이 가장 지루한 길이라고 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이 길은 정오가 되갈수록 뜨거운 햇빛을 머리로 쏟아냈다.

그저 펼쳐진 것이라고는 너른 밀밭 뿐이다.

길 위에서 무언가 볼거리를 기대했다면 실망도 큰 그런 길이다.





하지만 나는 이 메세타 고원이 참 좋았다.

마치 비오는 날 어느 한적한 거리에 있는 카페에 앉아 마시는 애플티처럼,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준 건 아무래도 사람이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는 길.



처음 만난 사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면

속 깊은 말까지 어느 덧 털어놓게 된다.



마치 뜨거운 물에 천천히 우려 제 색을 내는 차처럼.

그렇게 우리의 향기는 길 위에 퍼져나간다.





서로의 고민으로

서로의 경험으로

우리는 그렇게 황량한 메세타 고원을 천천히 물들여 나간다.



그래서 참 좋았다.

메세타 고원을 걷는 것이.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8화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아리랑을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