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격려 문자 한 통에 눈물이 났다.

D-17

by 윤선


Bercianos del camino ~ Reliegos de las Matas (20.8km)
05:00 ~ 10:00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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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을 떠나 유럽으로 온 지 정확히 90일 째가 되는 날이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 부터 혼자 여행하는 것을 꿈꾸고 상상했지만,

그 꿈을 부모님께 알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2학년 1학기 까지 잘 마치고,

갑자기 돌연 휴학을 해 혼자 여행가겠다는 딸을 마주한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많이 놀라고 당황하셨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었던 시절이다.

오롯이 연락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국제 전화와 이메일 정도.

우리 딸을 영영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함도 어느정도는 있었으리라.




불안해하시는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여행 일정표를 작성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가는 여행 루트도 변경했다.

어느날 어느 국가에 있을 지 미리 사전에 계획하여 보여드렸다.

내가 연락이 없어도 이 나라에서 잘 있을거라고 믿을 수 있게끔 말이다.




나의 계획을 본 부모님께서는 여행을 허락하셨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나의 강한 의지를 그 계획을 넘어 보셨으리라.

부모님은 내가 잘할 수 있을거라고 온전히 믿어주셨다.







오늘은 내가 까미노를 걸으며 한국인들을 가장 많이 만난 날이었다.

한국인만 총 12명!

거기에 일본인, 중국인을 포함하면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만 해도 16명 정도 되었다.





그렇게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중간에 오아시스처럼 만난 바에서 카페 콘 레체도 한 잔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그 때 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엄마에게서 온 문자였다.



MMS의 장문으로 보내면 받을 수 없지만,

단문 메세지는 받을 수 있기에 종종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문자를 보내셨다.



‘우리딸 씩씩하게 잘 걷고 있지? 사랑해’



문자 내용이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짧은 문장안에 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가득했다.



그 문장을 보는 데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부모님 덕분에 나는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사람들과 만나 오늘도 즐겁게 나만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에 감사함이 차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말.



‘건강하게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가자.’



한국에서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매일 새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되,

너무 긴장을 놓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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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내주신 문자 한 통에 마음이 울컥하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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