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별빛 밤 하늘 아래, 까미노를 걷다.

D-16

by 윤선


Relidgos de las Matas ~ Leon (26km)
00:00 ~ 08:30 (8시간 30분)



어제 모인 멤버들과 함께 알베르게에서 늦은 저녁까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한 분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

.



“우리 별빛을 바라보며 걷지 않을래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 역시도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 약간 피곤한 상태인데, 여기서 또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하지만 혼자라면 무서운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나와 비슷한 마음인 듯 했다.

다들 아리송한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때 다시 누군가 제안을 했다.



“갑시다! 한번 해 보는 거죠!”



그렇게 우리는 늦은 밤 알베르게에서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밤 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하지만 난생 처음 해보는 도전이었기에 왠지 모르게 신이 났다.

다들 막상 하기로 결심하니,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돌아간 듯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헤드 랜턴에 의지한 채 밤길을 나섰다.





밤에 걸으니 까미노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맨 앞에서 걷고 있는 대장의 발자국을 따라 걸을 뿐이다.



앞서 가던 사람이 돌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외치면,

그 말을 뒷 사람까지 전해준다.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의지한 채 걸어야 걸을 수 있다.

오로지 서로만 바라보고 걸어야 하는 길.



그래서 뭔가 더 이 길이 길다고 느껴졌다.

아마 체력 저하도 한 몫 한 것 같다.



깜깜한 어둠 속을 걷는데 자꾸 나도 모르게 잠이 쏟아진다.





얼마쯤 지났을까,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마을 광장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나는 내려놓은 배낭을 베개 삼아 조금이라도 눈을 부치겠다는 생각으로 바닥에 누었다.

그런 나를 보더니 일본에서 온 아이코 언니도 깔개를 펼쳐 내 옆으로 누었다.



언니들은 우리 모습을 보며 깔깔 웃기도 했지만,

체면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잠을 청해야 레온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들 생각보다 힘이 들었는지, 실없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더 가면 레온이라고.

거기 가서 푹 자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그렇게 계속 걷다보니 큰 도시가 나왔다.

레온에 거의 다 도착한 듯 했다.



늘 해가 뜨면 걷기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다르다.



해가 떠오를수록 우리의 목적지가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혼자라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새벽 걷기였다.

그들과 함께였기에 해낼 수 있었다.






레온 대성당 앞에는 아침에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사람들 틈에서 우리도 사진을 남겨본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 하늘 아래,

우리는 서로에게 길이 되어 주었다.



함께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함께 걸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추억으로 남겨봅니다. - 윤선, 미선, 주현, 재성, 명은, 안나, 아이코, 세소, 유리 -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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