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
Leon ~ San martino de camino (2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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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순례길 여정 끝에는 이별이 찾아왔다.
새벽 길을 걷는 내내 마치 한 가족인 듯 의지했던 우리인데,
다시 여러 갈래의 길로 나뉘어 걷게 되었다.
다리 통증으로 인해 버스를 타고 좀 더 앞서 마을을 가고 싶다는 분들.
내일은 새벽부터 일찍 출발할 계획을 가지고 계신 분들.
좀 더 여유롭게 이 길을 즐기고 싶은 분들.
나는 이 틈에서 가장 후자의 사람들에 속하기로 마음 먹었다.
좀 더 느긋하게 이 길을 바라보고 싶었달까.
버스를 타신다는 분들을 보면서 살짝 부럽기도 했지만,
그것은 내가 이 길을 온 이유가 아니었다.
늦더라도 천천히.
나의 두 다리로 완주하는 것.
그것이 나의 목표였다.
다들 아쉬운 마음으로 서로 악수를 청한다.
산티아고에서 보자고.
우리 모두의 최종 목적지는 산티아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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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오늘은 왠일인지 가방이 더없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오작 하루를 꼬박 쉬었을 뿐인데.
몸이 벌써 쉼에 적응한 것인가.
햇빛까지 쨍쨍 내리쬐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입에 무언가가 흘러 닫기 시작했다.
코피였다.
내 몸이 이제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 산티아고까지 2주나 남았건만.
과연 이 몸으로 끝까지 완주 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여전히 내 다리는 걷고 있었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한 채로
내 두 다리는 이미 산티아고를 향하는 중이었다.
길을 걸으며 떠올리는 여러 생각과 경험, 그리고 감정.
이 모든 것이 나를 성장시켜주는 거름이었다.
코피를 지혈시키기 위해 콧구멍에 휴지를 꼽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은 알베르게 도착하자마자 밥먹고 바로 자야겠다고.
단순한 생각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때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