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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를 걸으며 내가 사랑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카페 콘 레체.
우리나라로 따지면 카페라떼에 해당한다.
카페=에스프레소 샷에 레체=우유를 콘=곁들인 음료라는 뜻이기도 하다.
까미노를 걷다보면 휴게소처럼 목적지 중간 중간마다 작은 마을을 만나게 된다.
그 곳의 작은 바에는 잠시 휴식을 청하는 순례자들이 꽤 많다.
처음에는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싫어서 콜라를 마셨는데,
어느 날 부턴가 카페 콘 레체를 시키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 샷 하나에 고소한 우유를 넣고,
잔 옆에는 각설탕 몇 개를 얹어 작은 스푼과 함께 준다.
달달하게 먹고 싶은 날은 설탕 두 개,
적당히 커피 맛을 즐기고 싶은 날에는 설탕 한 개.
취향 껏 조절해 먹을 수 있다.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카페 콘 레체를 마실 생각에 신이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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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를 걸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일상이 주는 행복.
내 두 다리로 자유로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는 순간부터 행복이 찾아온다.
특히나 자연과 맞닿은 날에는 그 행복이 배가 된다.
걷는 내내 구름은 길 위의 동반자가 된다.
뒤에서는 바람이 밀어주고 앞에서는 나무들이 이끌어주는 듯,
자연 안에서 하나가 될 때 나는 비로소 내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작은 오솔길 같은 길.
갈림길이 나와도 이 길 위에서는 두렵지 않다.
그 길 마다 순례길의 상징인 가리비와 화살표가 길을 안내한다.
우리의 삶에서도 화살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이라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더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이 길을 걸으며 느끼게 된다.
화살표는 내 마음에 있다는 것을.
내 영혼이 들려주는 목소리를 좇아 살아간다면
나는 틀림없이 이 생의 마지막 날 지구에서 행복하게 노닐다 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살아야 한다.
화살표는 반드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