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 Jean Pied de Port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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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


2010 Saint-Jean-Pied-de-port @ 나 윤선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장(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까미노가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이 길에 가면 앞으로 내가 어떻게 길을 걸어야 할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등에는 배낭을 메고

어깨에는 카메라 가방을 둘렀다.




그렇게 마드리드에서 만난 인연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기차를 타기 위해 마드리드 중앙역인 아토차 역으로 향했다.




아토차역은 2004년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폭탄 테러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아침 출근길로 혼잡했던 중앙역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테러로 193명이 목숨을 잃었고, 1,8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치적 이유로 인해

아무 죄없는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다.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죽는다는 건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로 보내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우리가 헤아릴 수 있을까.




이 생각이 떠오른 순간,

아토차 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없이 무겁기만 했다.






생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얼마쯤 지났을까.

기차는 어느 작은 마을에 멈춰섰다.




그리고 내가 탄 칸에 역무원이 표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표는 아까 검사했는데, 한 번 더 하는걸까?’

가방에 넣었던 표를 찾아 미리 꺼내놓았다.




그리고 역무원은 그런 나를 보며

“Bonjour!” 해맑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어라. 그렇다면 지금 여기는 프랑스구나!’




3개월 전 나는 유럽 배낭여행을 위해 파리로 입국했다.

그렇게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이집트, 영국을 거쳐 다시 프랑스에 온 것이다.




역무원이 건넨 인사 한 마디에 행복해지는 나를 보며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 깨달았다.




프랑스의 파란 하늘은

다시 돌아온 나를 ‘잘왔어‘ 라고 있는 힘껏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생장으로 가는 길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 떨리고 설렜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나의 표정만으로도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런 친구 말이다.




까미노를 걸으며

나는 나의 전부를 내보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 이 길을 걸으며 내가 여행을 떠난 이유, 내가 깨닫게 된 사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컷 생각해보자!‘



2010 생장 @ 나 윤선



순례자들의 숙소라 불리는 알베르게에 도착 후 짐을 풀고

순례자 여권을 만들기 위해 오피스를 찾아갔다.



이미 여권을 만들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틈에 서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2010 순례자 여권 사무소 @ 나 윤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차례가 왔다.

앞으로 도시를 지나며 이 종이에다가 출입국 도장과 같이 스탬프를 받아야만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완주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여권이 있어야만 순례자의 숙소인 알베르게도 묵을 수 있다.



2010 생장 순례자 사무소 @ 나 윤선



그렇게 여권을 만들고 사무실을 나서려는 순간,

흰 가리비가 눈에 띄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는

성 야고보 성인의 유해를 찾아 떠나가는 신앙의 길이다.




성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배에 실려 스페인에 도착했을 때,

조개들이 그의 몸을 덮어서 보호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까미노의 상징은 가리비가 되었고,

순례자들은 산티아고까지 이 가리비 모양의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이미지 상단에 있는 노란 가리비 모양의 상징, 이 것만 따라 걸으면 된다 (출처: 위키피디아)



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모금함에 몇 유로를 넣고 예쁜 가리비 하나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미리 배낭에 매어 두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까미노를 위해 일찍 잠자리를 청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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