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4
St. Jean. Pied de Port ~ Roncesvalles (27km)
06:50 ~ 14:10 (약 7시간)
동이 트자 알베르게 숙소에서는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서는 새벽에 출발해 정오가 되기전 목적지 마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도 분주한 사람들 틈에 길을 나설 채비를 했다.
긴장된 마음에 이미 내일 입고갈 옷을 입고 잠을 청했던 터였다.
썬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쓰고 침낭을 돌돌말아 배낭에 걸었다.
그리고 알베르게를 빠져 나와 길을 나섰다.
오늘은 까미노의 대장정 첫 시작이자,
피레네 산맥을 넘는 날이기도 하다.
피레네 산맥은 유럽 본토와 이베리아 반도 사이를 가로지르는 산맥으로,
프랑스와 스페인의 지형적 국경을 담당하는 산맥이기도 하다.
오늘 이 산맥을 넘어가면
나는 국경을 한번 더 넘게 된다.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그렇게 길을 걸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반가운 한국어 대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았다.
아저씨 두분이서 나의 뒤를 바짝 쫓아 오고 계셨다.
그리고 나에게 ”한국인이에요? 어제 여권 만들러 갔다가 길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여기서 만나네요” 반갑게 인사하셨다.
아저씨 두분은 친구분이셨다.
한국에서 각자의 분야에서 성실히 노력해 사회적 지위를 쌓아오신 두 분이 은퇴 이후 삶의 목표를 재확인하기 위해 길을 떠나오신 듯 했다.
어린 나이에 홀로 유럽에 와서 배낭여행을 하고,
여행의 마지막으로 까미노를 선택했다는 이야기에 두 분은 나를 딸처럼 기특하게 여기시는 것 같았다.
두 분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걸으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느덧 마을을 벗어나 산길 초입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부터는 각자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이동하며 Roncesvalles 라는 오늘의 도착지 마을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아저씨들 보다 한 템포 늦게 피레네 산맥을 넘기 시작했다.
길가에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풀을 뜯어 먹는 양 떼와 만날 수 있다.
양 떼를 만나면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양 떼가 길에서 멀어질 때 까지 조금 기다려본다.
기다리는 시간은 꽤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 있었더라면,
이 기다리는 시간 조차 나의 앞길을 방해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까미노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수 있는 순간을 선물로 주었다.
가파른 언덕으로 숨이 차오를 때에는
그저 앞으로 한 발자국 씩 내딛는 나의 발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갔더니,
어느 순간 산의 윗자락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란 하늘이 나를 반겨준 것이다.
잠시 풀밭에 누어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어본다.
그리고 파란 하늘에 나의 두 다리를 담아본다.
그저 걸을 수 있음에,
살아 숨쉬며 이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 오늘.
벅차오르는 행복에
한국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까지 떠오른다.
슬슬 배낭의 무게가 나의 어깨를 짖누르기 시작했다.
최대한 가볍게 짐을 싼다고 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배낭을 매어 본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무겁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한 발자국 씩 나아갈수록 나는 배낭의 무게를 잊어버렸다.
즐겁게 지저귀는 새 소리,
등 뒤에서 나를 밀어주는 바람,
하늘 위해서 나와 함께 걸어주는 구름.
이 모든 것들이 나와 함께라는 것을 알아챈 순간 말이다.
이것이 내가 혼자 걸어도 전혀 외롭지 않았던 이유이다.
그렇게 나는 카미노에서의 첫 날,
피레네 산맥을 무사히 넘어 Roncesvalles에 도착했다.
Roncesvalles 알베르게는 넓은 공간에 이층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었다.
해가 지자 많은 순례자들이 피곤했는지 하나 둘 자리로 자신의 침대로 이동해 잠을 잤다.
유난히도 별이 맑게 빛났던 그 날,
나는 이 알베르게에서 많은 사람들이 연주하는 듯 한 코골이 하모니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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