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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티작가 김홍식 Aug 24. 2024

콘티작가로 성공하기 part.1

콘티작가의 직업관과 예술관

콘티작가라는 직업을 1995년 경(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MBC 다큐멘터리를 보고 알았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밤새워 콘티를 그리는 재현배우의 열정적인 뒷모습이 인상 깊었다. H대 애니메이션과에 입학 한 뒤로  광고와 영화계로 진출한 대학 선배들에게 콘티를 부탁 받던 것이 졸업 후에도 조금씩 이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직업으로 삼을 결심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화가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삶은 녹록치 않았다. 그림을 팔아서 먹고 산다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른을 넘기며 뒤늦게 안 사실이, 세잔이나 고흐와 같이 유명한 화가들의 대부분은 먹고 살 걱정 없이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조력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있는 집안 자식들이 이 세계에서 살아 남는 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에 나는 이미 그림 밖에 할 줄 아는 일이 없었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시간을 보낼 수 없어 고개를 흔들어 눈을 크게 떠보니, 아내에게 청혼 반지를 끼워주는 내가 있었다. 돈을 벌어야 했다. 


우선 대기업을 모회사로 둔 광고대행사 A에 다니고 있던 친한 형에게 작은 일이라도 주십사 호소하였다. 그는 나의 응석을 받아주었고, 나는 최고의 그림으로 보답하겠노라며 온힘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거래처 한 군데로는 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그러다가 만화나 게임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들이 글과 그림을 올리는 곳으로 유명한 '방.사'에서 우연찮게 콘티작가 구인글을 발견하였다. 나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쿰쿰한 월세방 변기에 앉아 배변 시간 동안에도 마음이 불안하여 구직활동을 하던 나는 재빨리 글 아래에 첨부된 회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다음화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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