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몇 년 전부터 보내줄게 보내줄게 하고서 미루고 미루던 피아노학원에 등록을 하고 왔습니다.
아이들이 그동안 피아노학원과 미술학원에 가고싶다는 말을 많이 했었지만, 두 아이 비용을 생각해 주저했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 첫째아이가 혼자 집에 계속 우두커니 있는 게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큰 맘을 먹고 등록을 하고왔습니다. 친적, 친구들은 일찌감치 피아노를 치는데.. 모습이 아마 많이 부러웠을 겁니다.
아이가 신나는 표정으로 피아노학원에 갔다왔습니다. "어땠어? 할 만 했어? 안 어려웠어?" 묻습니다. 아이 둘의 반응은 좋았답니다. "아빠, 정말 재밌고 좋았어요~.' 부모로서, 참 미안한 맘입니다. 진작 보내주었어야 했는데...또래 아이들에 비해 많이 늦긴 늦었습니다. 그동안 엄마아빠를 생각해 참아준 두 아이가 고맙고 미안합니다.
아이들이 피아노 수업 후에 집에 와서도 장난감 피아노를 켜고 따라 쳐 봅니다. 집에 정식 피아노가 없어섭니다. 파솔파솔~~ 장난감피아노 소리가 반복해서 들립니다. 짠 하고 흐뭇하고.... 짠하고 흐뭇하고.... 그런 기분입니다.
아이가 무슨 콩쿨에 빨리 입상하고.. 아빠는 그런걸 바라지 않습니다. 평생의 취미이자 힐링의 동반자로서 피아노가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아빠는 젊었을때 미국에 간 적이 있습니다. 기숙사에서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너도나도 피아노를 자연스럽게 치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나는 너무 공부만 했었구나. 왜 나는 피아노를 안 배웠을까?'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 또, '정신적으로 힘들때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게 얼마나 힐링이 되고 좋을까? 또 얼마나 스스로가 멋있고 그럴까?' 생각했었습니다.
아빠는 저녁에 밥을 먹으면서 아이에게 미국 대학생들이 피아노 치는 모습에 부러웠었다는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피아니스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취미라 생각하고 재밌게 한 번 해 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시기가 되면 피아노가 힘든 단계가 올 거야. 그때, 아빠가 겪은 아쉬움을 생각하며 우리 잘 넘겨 보자~' 고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피아노학원에 빨리 가고 싶다고 합니다. 이 기분이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지만, 이 즐거운 기분을 많이 많이 만끽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