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지만 불안해하고 의심하는 부모보다는, 부족하지만 무한정 칭찬해 주는 부모에게서 훌륭한 아이가 나오는 건 아닐까?
아빠는 아침 출근길에 ebs라디오를 듣습니다.
오늘은 아이의 피아노레슨을 지켜보는 아이엄마에 대한 내용입니다.
집에서 아이의 피아노 교습을 지켜보다가, 아이엄마도 선생님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근데,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가 놀랍게도... '아이가 잘 치고 있는지..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이 부분에서 틀린 건지, 맞는 건지.. 를 알려면, 엄마도 피아노를 듣는 귀가 있어야 한다'라는겁니다.
라디오를 듣다가 아빠는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며 변화된 내 생각들, 그 전에 내가 아이에게 했던 후회들이 뇌리를 스칩니다.
아이가 피아노, 바둑, 태권도, 그림 ...등을 재미보다는 콩쿠르, 시합, 대회를 목표로 한다면, 예민하게 귀를 열고 아이가 어느부분에서 틀리는지, 어느부분이 약한지, 저건 저렇게 하면 안 되고..하며 분석을 해 주어야 할겁니다. 그래야 그 다음에 그런 실수를 안 하겠지요. 아이를 잘 가르치려는 부모의 뜻이 이해가 됩니다.
근데, 부모가 아이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다면,아이의 부담은 얼마나 클까요? 또 부모는 아이를 위해 이 부분이 틀린 것 같고, 저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맞지 않냐며 지적을 한다면, 그게 정말이지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요? 독이 될까요?
또 부모가 귀를 열고 아이가 치는 피아노를 맘속으로 따라 친다면 그 부모님은 얼마나 힘이 들까요? 아이가 배우는지 부모가 배우는 건지 헷갈릴정도가 된다면, 부모의 피로도가 얼마나 크겠고, 다 사람인지라 그 피로도가 자연스레 아이에게 화로 전가된다면 그게 아이에게 도움일까요? 안하느니만 못한 걸까요?
상황을 좀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면이 없지 않긴 합니다. 물론, 엄마아빠가 아이에게 잘 한다~ 잘 한다~ 우리아이 잘 한다~ 잘한다~ 잘한~다 라고 무한 칭찬을 해 주면서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보다 좋은 게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최고입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게 참 우습습니다.
모르면 가만히 있는데, 알게 되면 아는 척을 하고 싶고 잔소리가 툭툭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게 되니 말입니다. 부모가 모르면, 내가 모르니 해 줄 말고 없고 내 아이가 그저 천재인 양 잘 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그져 믿고 지켜보게 됩니다. 자연히.
그러나, 부모가 알면, 아이에게 이 부분 설명해 주고 싶고 저 부분도 알려주고 싶고 그런 마음이 생깁니다. 비록 아이에게 멋져보이거나 잘난척 하려는 게 아니라도 아이가 이거 알았으면 저거도 덤으로 알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겨서 입니다.
그게 부모의 마음인데 문제는 그걸 자식이 바다와 같은 부모의 깊은 뜻을 모른다는 겁니다.
아이는 참 순진합니다. 그 고마운 마음을 모릅니다. 귀에 거슬리는 잔소리로 받아들입니다. 재밌게 하고 있는데 그 재미를 딱 멈추게 하는 지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아빠엄마는 나한테 화만 낸다고 합니다. 화를 내지도 않았는데, 나한테 지적만 한다고 합니다. 칭찬은 안 해 준다고 합니다. 예전 아이가 아빠에게 많이 했었던 소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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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라디오에 그런 프로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판소리, 승무, 가야금 등 명인 또는 무형문화재 명인들을 인터뷰하며 그분들의 살아온 삶을 조명하는 라디오 프로.
한 명인이 그럽니다.
"예전에...보통은... "엄마, 저 밖에 무당 굿하는 것 배우고 싶어요. 승무하는 게 배워보고 싶어요. 판소리 배우보고 싶어요~ 라고 하면, 여자 애가 그 딴따라 들이나 하는 걸 왜 배워? 못 써. 공부해야지~" 라고 하는데, 제 엄마는 장사만 해서 그런 걸 잘 몰라서 그런지 "그래? 한번 해 봐라. 우리 딸 뭐든지 배워봐라, 잘 한다~"라고 해 주셨던 게 지금 생각하면 내가 행운아였구나 생각하게 되더군요." 고 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엄마의 지지속에서 자심감있게 이것도 배워보고 저것도 배워보고 하여 나중에 한국의 가야금 명인이 됩니다. 좋은 대학은 덤으로 가게 되었고.
이 이야기를 듣고 아빠는 생각합니다.
혹시 어쩌면 똑똑한 부모보다는 다소 부족하지만 아이를 믿고 지지해 주는 부모 밑에서 훌륭한 아이가 나오는 건 아닐까? 똑똑하지만 불안해하고 조급해하고 남과 비교하고 의심하는 부모보다는 부족하거나 어리숙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자식이 나오는 건 아닐까?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알더라도 모른 척 아이를 기다려주고 믿어주고, 또 알더라도 감정을 빼고 힘을 빼고 알려주고, 알려주는 거에 10% 폭풍칭찬해 주는 거 90%로 아이를 대하는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똑똑함과 불안함, 조급함, 지적과 비판은 아이가 성장하는 힘을 기르는 초등, 중등, 고등 청소년기에 독이 되면 되었지 득이 될 수 없습니다. 우연히 어떤 한 아이가 그렇게 성공했다 해서 그걸 전부가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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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어른인 내가 뭔가를 배우고 있는데, 옆에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옆사람이 도와준다고 하는 얘기가 내게 고맙게 들리던가요? 아~ 고마워라~ 그런 생각이 들던가요? 아님, 지적질로 들리고 짜증이 나고 칭찬을 해 줘도 될 까 말 까 하는데 왜 지적질을 하고 난리야? 한창 재미 부치려 하는 참이었는데, 흥미 딱 떨어지게 하고 그래? 이런 생각이 들던가요? 어른도 그런데, 아이도 똑같을 겁니다.
아빠는 생각합니다. 그져 아이가 재밌게 뭔가를 하도록 해 주고 싶다. 그져 잘한다, 잘한다, 우리아이 잘한다, 뭐 또 해 줄까? 우리아이 재능이 있나 보네. 대단한데~ 라며 기를 세워주고 싶다고. 지적하지 않아야겠다. 칭찬을 아낌없이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