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아이를 춤추게 한다

유연근무하는 아빠

by 초록빛

칭찬은 아이를 춤추게 한다.


정말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나 봅니다. 정말 칭찬은 아이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나 봅니다.


둘째아이가 자신감이 없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수학을 빨리 푸는데 자기는 그러지 못하다 합니다.


오빠가 내일 수학쪽지시험이 있다고 스스로 문제지를 가져와 아빠 옆에서 풉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 오빠에 자극받아 자기도 잘 모셔둔 수학문제지를 가져와 아빠 옆에 비집고 앉습니다. 아빠는 어떤 잔소리도 하지 않습니다. 공부하라, 숙제했냐, 내일 수학시험 있지 않냐, 책 읽었냐, 다 잔소리고 부질없는 행위입니다. 그냥 아빠가 조용히 먼저 하면 됩니다. 조용히 아빠의 책을 펴면 됩니다.


아이는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지불식간에, 순간순간에. 아빠가 tv를 끄고 조용히 책을 펴면 오빠가 따라 책을 폅니다. 오빠가 스스로 하면, 동생도 셈이 나서 따라 합니다. 오빠가 혼자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면 동생이 스르륵 나타나 옆에 붙습니다. 오빠가 큐브를 하고 있으면 동생이 자기도 하겠다고 혼자만의 오빠시간을 방해합니다. 오빠가 스스로 숙제하겠다고 공책을 펴면 뒹굴뒹굴 놀던 동생이 유령처럼 나타나 손에 받아쓰기 공책을 아빠 앞에 펼칩니다.


아빠는 맞은편에 앉은 첫째, 옆에 앉은 둘째의 숙제, 문제풀이를 봐 줍니다.


첫째는 벌써부터 ppt 실력이 아빠를 앞섭니다. 아빠는 그 나이때 손글씨를 썼었는데. 요즘세대는 ppt 만들기 숙제란 게 있습니다. 글자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가는 기능까지 해 봅니다.


둘째는 아빠가 눈으로 직접 지켜보며 추임새를 넣어주어야 숙제를 합니다. 딱 막내입니다. 수동적인 아이가 아니라 아빠와의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시기의 아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아이를 긍정의 눈, 여유있는 템포, 한 발 물러선 시각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아이는 자신이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빠는 생각해 봅니다. '정말 못 해서일까?'


"왜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해? 우리 딸은?" 하고 물어봅니다. 반 친구들은 빨리 풀고 노는데, 자기는 늦게 풀어서 랍니다. 자기만 거의 마지막에 답지를 내서.. 그렇답니다. 친구들과 비교가 되서 였습니다. 결국 문제는 비교였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타인과의 비교. 상대적 열등감, 박탈감.


아빠는 생각해 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없을까?' 아빠가 찾은 답은 자신감입니다. 자신감의 문제입니다.

아빠는 아이와 교재 수학익힘, 문제집를 폅니다. 덧셈-뺄셈. 아이가 나름 잘 풉니다. 잘 풀어내다, 어렵다고 느끼는 문제를 만납니다. 답지에 답을 쓰지 않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8이라고 말해 봅니다. 아빠의 눈치를 살핍니다. 자신감이 없습니다. 틀려도 자신있게 해 보면 되는데. 아빠의 눈치를 살핍니다. 아빠가 혼내지도 않는데.


"자신있게, 진하게 써~ 괜찮아~ 잘하고 있어~" 해 줍니다. 그제야 꾹꾹 눌러 자신있게 씁니다. 아빠는 "중간중간에 잘 한다~ 우리 딸~ 이렇게 잘 하는데, 누가 못 한데~ 아이고, 이 문제는 아빠도 어려운데, 우리 딸이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었대~ 대단한데~ 아빠보다 낫네~ 와~ 이렇게 잘 푸네~" 폭풍칭찬, 추임새를 넣어줍니다. 아이가 자신감있게 합니다. 꾹꾹 힘있게 눌러쓰는 글씨에서 자신감이 묻어납니다.


아이가 또 안 풀리는 문제를 만납니다. 안 풀리니 포기하고 싶어합니다. 아빠는 옆에서 다 보입니다. 아이가 약간 한숨이 나올 것 같나 봅니다.


아빠가 말합니다. "괜찮아~ 괜찮아~ 너만 어려워하는 게 아니란다~ 자~ 쉽다 쉽다 생각하고 새로 풀어본다 생각하고 다시 한번 문제를 바라볼까? 다시 문제를 찬찬히 읽어볼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바라보다 보면 머리속에서 이상하게 답이 스르륵~ 하고 나올 때가 있다~ 쉽다쉽다 생각하고 다시 찬찬히 읽어볼까?" 합니다.

아이가 가만히 조용히 바라봅니다. 문제를. 조용한 침묵이 흐릅니다. 아이가 말없이 있습니다. 자나.. 싶었습니다. 가만히 답을 씁니다. 어렵다던 아이가 해 냅니다. 어느덧 4쪽이나 풀어내고 있습니다. 자신감있게, 재밌게 하는 문제풀이는 지루하고 골이 지끈지끈한 행위가 아닙니다. 부지불식간에 어? 내가 벌써 여기를 하고 있네~ 이렇게 됩니다.


엄마가 늦게 퇴근합니다.

"00야~ 하이클래스에 숙제있던데, 숙제 했니?" 합니다. 딸이 당당하게 말합니다. "응~ 다했지~ 아빠가 나 수학 잘 한대~~~~~." 엄마가 놀라하는 표정입니다. 내 아이가 수학을 잘 한다 하니 좋아서가 아닙니다. 매번 아이가 슬픈 표정으로 자기는 수학을 못 한다, 딴 애들은 수학을 잘 한다, 엄마 나는 왜 그럴까... 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었는데. 오늘은 신나서 자기가 수학을 잘 한다 하니 놀라서입니다.


아이가 못 하는 게 아닙니다. 내 아이도, 내 아이의 친구도. 못 하는 게 아닙니다. 타인과의 비교, 상대적 열등감과 박탈감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감이 없어섭니다. 아이는 다 잘 할 재능을 타고 났습니다. 그걸 엄마아빠가, 학교가, 친구가, 학원이 비교하고 또 비교해 자신감 없는 아이로 만들어섭니다. 자신감 있게 하면 아이의 마음이 바뀝니다. 마음이 바뀌기 시작하면 몸에 힘이 납니다. 에너지가 생깁니다. 기다려 주고 믿어주면 그 에너지로 일어섭니다. 엎어졌다가도 다시 일어섭니다. 이렇게 안 되면 저렇게 해 볼 머리가 생깁니다. 긍정의 힘은 세포에 에너지를 줍니다.


아빠는 오늘도 좋은 거 하나 배웁니다.


낮에 일하고 저녁에 애 밥 먹이고 좀 놀아주다 책 읽히고 숙제봐주고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내 생활이 이래도 되나, 나는 뭐 하고 있나, 나 혼자의 시간은 없나?' 하고. 그치만, 다시 생각합니다. 아이가 부정에서 긍정의 힘을 배워갈 때 아빠도 같이 배웁니다. 사람에 대해서, 내 아이에 대해서, 내 아이가 같이 커 갈 내 아이의 친구에 대해서, 내 아이가 속할 사회에 대해서.


오늘 또 좋은 거 배웠습니다.


2022-가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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