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다같이 앉아 기차표를 끊습니다.
아내가 바람 쐬러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 합니다.
어디가 좋다더라, 아니 어디가 낫겠다.. 얘기하더니,
결국 부산을 가기로 했습니다.
막상, 숙소와 기차를 알아보다 낙담을 합니다.
비용이 만만찮다 합니다.
숙소가 1일 30여만원(2일 60만원),
기차가 1인당 6만원이니 4명은 24만원(왕복 48만원),
2일이면 100여만원입니다.
맛잇는 거 사 먹고 하면 150여만원은 생각해야 한답니다.
여행의 들뜬 기분이 쏙~ 사라져 하는 눈치입니다.
숙소란 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환경좋고 View좋은 곳으로 자꾸 눈이 가게 마련입니다.
자연, 자꾸 좋은 숙소만 눈에 들어옵니다.
그게 사람의 맘입니다.
그림의 떡인가.
아내가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 놓습니다.
그냥 가까운 곳에 가야 겠다.. 랍니다.
비용이 드는 것도,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도,
사실 다 맞습니다.
그러나 자주 가는 여행도 아니고.
이번엔 아빠가 나섭니다.
그래도 가자~
핸드폰을 열고 부산행 기차표를 고릅니다.
아빠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아내가 눈치를 보며 다시 핸드폰을 들고 숙소 앱을 봅니다.
막상 기차표 앱을 열었지만,
기차시간이 딱 맞는 게 없습니다.
다들 여행을 많이 가는지,
주말 아침 좋은 시간대엔 이미 매진이 뜹니다.
사람들은 참 우리보다 부지런한가보다 하고 푸념합니다.
12시 이후 밖에 기차가 없습니다.
12시 넘어 가다간 부산에 도착하면,
금방 해가 지고 얼마 돌아다니지도 못할 상황입니다.
포기해야 하나.
다른 역도 찾아봅니다.
마찬가집니다.
다들 참 부지런하게 일찍 예약을 하나 봅니다.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합니다.
아니다. 맘 먹은 건데.
그럼, 아주 일찍이라도 가자 싶습니다.
비록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어도 그렇게라도 가 보자 싶습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일찍 나가서 이른 기차라도 타자.
그래서 7시 기차를 끊습니다.
옆에서 보던 아내도 이 분위기에 힘받아 숙소를 찾습니다.
아이 둘 있는 가족은 숙소 잡기도 참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다들 숙소란 곳이 2명에 맞게 침대있는 방 위주로 꾸며놓았은 듯 합니다.
아이 둘 있는 우리같은 가족은 자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부지런하지 못해서 그런거지.
다행히 마루에 자는 침대없는 방이 남아 있습니다.
아내는 그 방으로 재빠르게 신청을 하고
나는 7시 출발하는 부산행 기차표를 예약합니다.
이젠 어디를 구경하고 무얼 먹을까 찾아봅니다.
아빠는 이런 거 찾는데 재주가 없어 아내만 쳐다봅니다.
아내도 비슷합니다.
맘은 크게 먹었는데 뭐가 참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너무 타지에 가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엔 밤에 야경도 한번 보러 나가 보기로 합니다.
예전에는 밤에 어디 나가지 않고 방에만 있었는데,
이번엔 타지 야경도 보고 야시장도 둘러보자 합니다.
애들이 벌써 여행날이 기다려 진답니다.
촌스런 우리 아이들.
생각합니다.
어쩌면 촌스런게 당연합니다.
워낙 여행을 안 갔으니.
여행의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한 아빠가 잘못이지.
기다려지는 게, 촌스러 보이는게 당연합니다.
여행가기 전이 더 즐겁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