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빛 Oct 06. 2023

부족한 우리아이 잘 부탁드립니다~

아빠는 학원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부디 부족한 우리아이...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어린 딸이 학원 선생님을 무서워합니다.

학원 가기가 싫다고 합니다.

딸 말로는 선생님이 무섭게 혼을 낸답니다. 

연필이나 기다란 자 같은 걸로 책을 탁탁탁 치면서 혼을 낸답니다. 


아빠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왜 혼을 내시더냐고. 

모르는 부분이 나와, 몰라서 가만히 멀뚱멀뚱 있었더니, 

왜 그걸 모르냐..며 뭐라고 했답니다.

순간 할 말이 없어집니다.

아이에겐 "선생님이 왜 그러셨을까? 선생님이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 보네~",

"아고, 우리 딸, 기분 안 좋았겠네~~"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사실...

모든게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나 문제이겠는가... 싶습니다. 

다 이유가 있고 나름의 사정이 있는 법.

이해를 못해 가만히 있은 우리 아이 잘못이 첫째요,

이해를 못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바로 드러낸 어른의 급함이 둘째요.

선생님이 혼을 낸다고 무서워 떨게끔 약하게 키운 부모의 잘못, 이 아빠의 잘못이 셋째요.

공부, 앎의 깊이로 아이를 판단하고 가름하는 이 사회의 잘못이 그 넷째..겠죠. 

 

그렇지만, 아빠는..

예의있게, 완곡하게..

부족한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립니다~고 써서 문자를 보냅니다. 

선생님께 좀 쎄게 얘기하면 당장은 먹힐지 몰라도, 

길게 보면 그게 정작 좋은 게 아니란 생각에섭니다.

애엄마는 너무 저자세는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틀린말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빠는 생각합니다. 

어떤 애로점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애로점을 방치하고서 아예 가만이 있는 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같은 얘기라도 부드럽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섭니다. 

강하게 얘기하면 당장은 속이 시원하고 누군가를 이긴 것 같은 맘, 착각이 들겠지만,

길게 보면, 우리아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고통이 갈까 싶어 내심 걱정이 되어섭니다. 

참 소심하지만... 어쩔수 없습니다. 

이게 소심한 부모의, 아빠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끝. 


사진은 픽사베이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의 수학공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