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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Jan 13. 2023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유연근무하는 아빠

[아빠생각,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다양성 존중에 대해]


다양성,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이기심을 잠시 돌아보고 아! 서로 다른 거 였구나! 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 다양성 존중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모든 다툼의 원인과 그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다름을 인정하고 못하고의 것. 다양성 존중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벌써 10년. 눈코 뜰새없이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어떻게 나름 열심히 살아본다고 애쓰다 보니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결혼한지 10년.


몰랐어요. 결혼전에는 나와 내부모, 내형제만 생각하면 되었어요. 그치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워보니, 어리둥절한 작은 사건사고들이 불쑥불쑥 많이 나타나기도 했어요. 그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 새로이 판단하고 심사숙고해야만 하는 집안의 대소사들이 생겨 났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결혼하고 10년의 시간은 내가 꾸린 가정에도 신경을 써야 하면서도 직장일에도 몰두해야 하는 그런 바쁜 시기와 희한하게 겹쳤어요. 직장일에 매몰돼 있다 가정의 소소하면서도 생각지도 못했던 난처한 일들이 소록소록 생길 때면, 초보남편이자 초보아빠인 나는 당황스럽고 맘고생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 10년이란 시간이 참 행복함, 다툼, 건강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닥쳐드는 참으로 전쟁과도 같은 시기였던 것 같아요.


초보남편, 초보아빠, 내집의 가장, 새로 독립한 한 집의 아들, 처가댁의 사위, 그리고 직장에선 중간에 끼인 중간직급의 직장인으로서, 정신없이 산 이 10년의 시기를 어떻게 어떻게 겪어 지나 왔네요.


이번 생에 처음 겪는 나란 존재. 내아내의 남편, 내아이들의 아빠, 처가의 사위이자 동서.. 라는 존재가 되어 보니, 또 직장에서 대리,과장의 험난한 고개를 넘어보니, 크고 작은 집안간의 다툼을 겪어보니, 느끼는 점이 많아요.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고 해결의 실마리 또한 있음을 조용히 생각해 보게 돼요.


짧은 생각이지만.. 모든 원인이자 해결의 실마리가 뭔가 한가지로 수렴하는 듯한 공통점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다양성 존중' 같아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기심을 내려놓는 것. 반대로 해석하면, 나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기심을 조금 내려놓고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결국 다 여기로 귀결된다는 생각을 해 봐요.

 

부부사이의 다름, 양가 집안간의 다름, 아내와 시가댁간의 다름, 나와 처가댁의 다름, 나와 직장 동료의 다름. 결혼과 동시에 직장 입사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이 두 존재간의 문제와 다툼들. 결국은 내가 옳아 보이고 남은 틀려 보이는. 실은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건데. 틀린 것과 다른 것은 천양지차인데. 사람들은요, 남이 나와 다르면 내가 옳고 남은 틀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른환경에서 자라 다른생각과 다른삶을 살아 온 사람들을 '아 다르구나!'라고 인식하는 게 아니라 '틀려!'라고 생각해 버리는 거죠. ' 저 사람은 다른생각, 다른행동을 하는구나!'라고 뒤집어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결혼해 보니, 부부사이가 참 다름을 깨달아요. 식성 다르고 취미 다르고 가치관 다르고 자라온 환경 다르고. 결혼초 기존에 살아온 자기만의 패턴과 생각들을 깨기 싫어 다투다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 집안의 평화가 찾아오더라구요. 티비에 며느라기라는 프로를 보면, 똑같진 않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리얼하게, 때론 부끄럽게 느낄 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줘요. 며느리의 입장, 남편의 입장, 시부모의 입장, 제사, 생일...


아이도 똑같은 것 같아요.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내 자식을 나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가치관과 생각을 나도모르게 아이에게 주입하려 하게 돼요. 이 아빠엄마가 아이에게 잔소리, 야단치는 모습을 순간순간 발견하게 돼요. 내가 낳아 DNA를 공유하고 있지만 내 아이는 이미 태어나는 순간 독립된 인격체이고 다른 생각과 다른 성향을 갖고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나 같은 부모의 마음인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이는 저렇게 생각할 수 있고. 나는 성격이 불과 같이 급한데, 아이는 물과 같이 잔잔하고 느릴 수도 있고. 아이는 나와 다를 수 있다는 다양성 존중에 대해 생각해 보면, 엄마아빠의 잔소리와 욱하는 마음이 줄고 아이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정심을 갖고 바라볼 수 있게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다 부모의 욕심이고 부모의 만족 때문이고. 몇십년 세월 조금 더 살았다는 이유로 부모생각만 옳다는 부모의 이기심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를 대하기 때문인데.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친구, 내 아이와 이 사회의 다른 아이를 대하는 태도, 그 비교하는 마음도 똑같아요. 남의 집 아이는 이거를 잘 하고 저거를 잘 하는 데 내 아이는 그러하지 못하다고 비교하는 거. 남의 아이가 뭘 배우면 우리 아이도 그걸 배워야 마음이 놓이고. 집안마다, 아이마다 성향과 자질이 다 다른데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지 않고서, 획일적인 틀과 방향에 내 아이를 그저 남의 방식과 남의 경험에 끼워 넣으려는 것. 이 또한 내 아이 다르고 남의 아이 다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해서인 것 같아요. 누구 아이가 이 방법을 써서 좋은 대학 갔다는 공부법, 좋은대학 보냈다는 어느 학원, 무슨 콩쿨에 입상했다는 그들만의 노하우, 누구는 나이 몇에 벌써 뭘 땠다는 소문. 이 세상엔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가치관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꾸만 다른 내 아이와 다른 남의 아이를 비교하는 건 아이의 잘못이라기 보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의 잘못이지 싶어요.  


집집마다 얘기 안 하지만, 의외로 시가댁, 처가댁, 독립한 형제지간/자매지간에 다툼이 많은 것 같아요. 나와 내 아내도 그 예외가 되진 않았더라구요. 특히, 결혼전에 긴밀히 터놓고 지낸 형제지간/자매지간 일수록 결혼하고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서 며느리, 동서들을 맞이하면서 오해, 간섭, 비판, 비난 등으로 다투고 사이가 멀어지는 걸 조용히 지켜보기도 해요. 그 집에 숫가락이 몇개고 재정상태가 어떠하고 집안 행사에 비용을 어떻게 분담하고 누가 더 위이고 아래이고 하는 다양한 웃픈 발견들을 하게 돼요. 이 또한 다른 환경에서 반평생을 자라고 생활해 온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새 매듭 안에서 새로이 만나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는데, 그 다양성을 인정/존중하지 못함에서 나오는 게 아닐 까 싶어요.      


안 그래도 집안내부일도 머리 아픈데, 직장에선 일적인 어려움보다 사람간의 트러블로 스트레스가 심해요. 희한하게도 안 좋은 일은 한번에 겹쳐서 온다고. 꼭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직장에서도 괴로운 일들이 자꾸 생겨요. 내가 옳고 타인은 틀리고. 이런 구도는 집안이나 직장이나 사회나 다 똑같은 거 같아요. 보통 직급이 높은 사람은 다 옳고 낮은 사람은 다 틀리고. 내 팀/부서은 다 옳고 남의 팀/부서은 다 틀리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아니 인정하기 싫은 거죠. 이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심물나게 나오는 정치싸움, 이념/색깔 싸움. 좌우익 갈등. 다들 어른들이 나이만 먹었지, 현명함과 배려, 공감의 나이는 전혀 먹지 않았나 봐요. 공감하고 이해하는 깊이는 결국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 인정/존중에서 나오는 거 같아요. 한끝 차이인데, 틀림을 다름으로 생각하면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이 쑥~ 하고 내려갈 것을. 아이 키워보니 어른들의 현명하지 못한 모습들이 낮뜨겁게 다가와요.  전쟁없는 세상, 평화의 세상, 통일된 세상... 그런 거창한 미사여구 보다는 우리! 다름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듭시다~! 라고 소박하게 말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고 실천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 다투지 맙시다~고 말할 시간에, 우리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합시다~라고 서로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서로를 비판하기 전에 내 현명하지 못함은 없는지 잠시 되짚어 보고, 내 마음속에 저 사람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아집은 없었는지 잠시 속으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욱하는 마음, 공격적인 마음, 이기적인 마음이 쑥~ 가라앉고 상대방의 진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상대방의 측은함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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