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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Jan 17. 2023

아이다툼 어떻게 중재해야 할지

유연근무하는 아빠

[아빠고민, 두 아이가 다툴 때 어떻게 중재해야 할지.]


아빠의 고민 중 하나는 두 아이가 다툴 때 어떻게 중재해야 할지... 예요.


두 아이가 서로 뒹굴며 재밌게 놀아요. 그러다 동생이 오빠의 힘에 밀려 머리를 쿵~. 동생은 울고 오빠는 놀라 가만히 있고. 아빠는 쿵 소리에 놀라 달려오고. 동생은 오빠 때문에 다쳤다며 울고. 오빠는 내 잘못이 아니다, 동생이 엄살부리는 거다, 오히려 동생이 나를 밀었다 라고 서러운 표정이고. 결국 두 아이의 다툼은 울음으로 끝이 났어요.


오빠방에서 두 아이가 다툼이 났어요. 언성이 높아지고 분위기가 험악했어요. 아빠가 가서 상황을 지켜봤어요. 동생이 서럽다고 울어요. 알고 보니,  동생이 연필, 지우개를 빌리러 오빠방에 들어갔어요. 노크없이 방에 들어와 허락도 없이 오빠 물건에 손을 댔다고 오빠가 안 좋은 말을 했다는 거예요. 오빠가 자기한테 '바보', '더럽다'고 했대요. 오빠도 마찬가지예요. 화가 많이 나 있어요. 내가 동생 방에 들어가려 하면 '들어오지 말라, 허락맡고 들어와라, 자기 물건에 손 대지 말라'고 하면서, 동생은 내 방에 그냥 들어와 내 물건을 허락없이 가져간다는 거예요. 참 희한하게도, 아빠가 들어보니 두 아이의 말이 다 맞아요.


동생은 오빠가 좋아 자꾸만 오빠옆에 와 붙어있으려 하고, 오빠는 동생이 싫다고 저리가라고 밀쳐요. 그러다 다툼이 나요. 오빠가 뭔가를 만들고 있으면 자연스레 동생은 궁금해서 오빠 옆에 와요. 그러곤 오빠 물건을 만져요. 찰흙, 슬라임, 큐브, 종이접기를 하면 동생이 오빠 행동을 따라해요. 아빠가 둘째아이에게 물어봐요. 둘째는 오빠가 좋대요. 그래서 오빠가 하는 놀이를 나도 같이 하고 싶대요. 근데, 오빠는 달라요. 기질이 다른 거죠. 아빠엄마에게 붙어있는 건 좋아하면서 여동생이 옆에 와 붙으면 싫다고 밀어내요.  비록 기질이 같다해도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땐 누군가의 간섭이나 터치가 싫은 거죠. 사람이 다 똑같죠. 아빠가 보기엔 두 아이가 다 이해가 돼요. 결국 오빠가 동생을 밀치고 만지지 말라며 말다툼을 하다 몸다툼으로도 번져요.  


두 아이를 키우며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다툼인 것 같아요. 사실, 살다보면 아이들이 다투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런 모습이라 생각해요. 아이들이 안 다투는 게 더 이상하지요. 아이도 사람인데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불만과 분출의 욕구가 왜 없겠어요. 다툼이 없다는 게 더 문제지요. 어른도 아이도 똑같죠. 다툼이 없어야 한다는 게 아니예요. 이 잦은 아이들의 다툼이 있을 때 아빠가 어떻게 중재하는 게, 어떻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게 고민이예요. 서로 잘 지내다가도 다툼이 생기면 두 아이는 아빠에게 달려와요. 하소연을 해요. 아빠~ 동생이 저한테 바보라고 했어요~. 아빠~ 오빠가 절 때렸어요~. 아빠~ 쟤가 잘못해놓구선 쟤가 울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 여러 방법으로 두 아이의 마음을 위로도 해 보고 혼도 내 보았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아빠는 화를 내고 두 아이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으로 끝이 나곤 했어요. 아이 다툼의 끝을 잘 해결하는 좋은 방법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은 없을지.  꽤 예전에 그런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해 읽은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엔 못 느꼈었는데, 문제의식을 갖고 다시 읽어보니, 느끼는, 다가오는 감정이 참 달라요. 역시 또 깨닫게 돼요. 사람은 다 겪어봐야, 느끼는 바가 있어야, 그 입장이 돼 봐야 한다는 거.


'크면 안 싸울 것 같지만 더 치고박고 싸워요!'.  누군가 한 이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좀 크면 안 다투겠지.. 생각했는데, 두 아이 크는 모습을 보니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돼요. 생각해 보면 머리론 이해가 되는데, 막상 아이가 싸울 땐 욱 하는 감정이 올라와요. 그래서, 아빠는 매일매일 두 아이의 다툼, 아이와 부모간 다툼, 그때 말하는 법, 위로하는 법, 아빠의 실수로 되려 크게 확대되는 실수 안 하는 법...을 공부중이예요.


첫째아이는 갑자기 동생이 태어나면서 엄마아빠의 관심이 자신에게서 동생에게로 넘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요. 이 행위를 책에서 매우 충격적으로 표현해요.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란 사람이 얘기도 없이 집에 다른여자를 데려와서는 둘째아내이니까 같이 살아라 하며, 유독 자기보단 둘째아내를 이뻐하는 모습에. 비유해요. 매우 충격적이었어요. 근데, 아~ 그럴 수 있겠구나 공감이 돼요.


두 아이가 각기 자주 하는 질문이 있어요. 아빠~ 아빠는 오빠가 좋아요? 내가 좋아요? 아빠는 둘 다 좋지. 둘 다 똑같이 사랑하지~ 라고 했었어요.  근데, 둘 다 똑같이 사랑한다는 표현은 아이에게 아빠가 자신을 100% 사랑한다는 감정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툼에 관한 책을 다시금 되짚어 보면서 말이예요. 아빠한테는 너희들 한 명 한 명이 다 특별하단다. 아빠한테는 너는 하나뿐이란다. 이 세상에 너랑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너처럼 생각하고, 너처럼 느끼고, 너처럼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아빠는 네가 아빠 딸인 게 너무 고맙고 좋단다~ 라고 속삭여주는 연습을 더 해야 겠어요.


전엔, 두 아이가 다투면 아빠는 어서빨리 나서서 아이의 싸움을 말리려 애를 썼어요. 심한 다툼으로 번져갈 땐 때론 단호한 중재도 필요해요. 하지만 부모는 다툼을 말리는 사람이다 라는 강박관념에서 한 발 물러나 두 아이가 스스로 다툼을 해결해 보는 모습을 넌지시 지켜봐 주는 수동적인 중재자가 될 필요도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어요. 아이가 아빠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싸움의 해결을 요구하면, 아빠는 두 아이가 서먹서먹해 하더라도 스스로 해결점을 찾도록 해 주는 거 말이예요.     


예전에 아빠는 내 아이가 다투면 아이의 화난 감정에 아빠도 감정이입이 되어 먼저 욱~ 화를 내고 아이를 말리다 되려 아빠가 아이와 말다툼을 하게되고, 아이에게 혼을 내고있는 아빠의 부끄런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았어요. 아이의 다툼이 엄마아빠의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구요. 그런 모습들이 반복되면 아이로부터 시작된 다툼이지만 아빠의 화가 아이에게 전가되고 대물림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의 부족함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아빠도 자꾸 배워야 한다는 걸 또 깨달아요.      


두 아이가 다툴 때 어떻게 중재해야 할까요? 아빠는 계속 배워가는 중이예요. 천재도 아니고 두번째 생을 사는 사람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니까요.


2023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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