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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Jan 09. 2023

적성검사

유연근무하는 아빠

[아빠생각, 아이적성검사]


아이가 학교에서 적성검사를 했어요. 그 결과지를 조용히 보면서 아빠는 생각해요. 내 아이가 타고난 적성과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너희의 주도적인 삶을 살았으면...


아이학교에서 시행하는 적성검사는 좋고 필요하지만, 다른 IQ/EQ테스트들은 지양하는 게 아빠의 지론이예요. 그 테스트의 우수성을 몰라서가 아니예요. 그런 검사에 아빠-엄마-아이가 흔들리지 않으려고 예요. 아이가 가진 고유한 능력과 적성을 존중하고 믿어주려고. 그래서 다른이들이 너도나도 받는 테스트에 아빠는 사실 관심이 없어요. 결국 누구보다도 아이의 본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엄마아빠니까요.


아이가 저녁에 종이를 내밀어요. 학교에서 적성/인성검사를 했었네요. 그 검사 결과표를 받아 왔어요. 요즘 기술이 좋아서인지, 어쩌면 이렇게 아이의 성향과 취향을 얼추 비슷하게 읽어내지 참 신기해요.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이 검사가 아이의 성향을 꽤 비슷하게 읽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격은 어떠하고 미래직업은 어느분야로 예상된다~라고 말해주네요. 남과 같이 하는 분야가 맞는지, 혼자 생각하며 연구하는 분야가 맞는지 등에 대한 조언도 해 주네요. 아직 어린 이 아이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게 참 우스운 일이지만. 결국 아빠엄마의 성격이 그러하니, 아이도 따라서 그런 성향을 보이는 거겠지요. 아니면, 아빠가 평소 말하거나 희망했던 것들을 아이가 의식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아이의 적성/인성 검사 결과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빠 학창시절때엔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그래야 대기업에 들어가고, 고연봉을 받아 잘 살고, 그래야 좋은 사람 만나고. 그게 바람직한 삶의 루트라 여겼어요. 학교에서도 그렇게 귀가 따갑게 가르쳤구요. 물론 '행복하게 산다는 것' 또는 '잘 산다는 것'의 정의가 다 다르지만요.


그러나, 나름 겪어보니 세상은 많이 달랐어요. 공부를 많이 오래도록 했어도 그 공부가 꼭 로 연결되지 않았어요. 공부가 아닌 다른 길을 간 사람들은 일찍 사회나와 열심히 벌어 부유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좌절하기도 했었어요. 공부 못 하면 못 산다는 어른들의 말오만이고 오산이었음을 깨닫게 됐지요. 그걸 믿은 아빠는 결국 일반 월급쟁이가 되었고, 다른 길을 간 사람들은 자기사업이란 걸 해서 월급쟁이를 뛰어넘는 콧대높은 삶을 살고 있었죠. 그래서 내 아이에겐 월급쟁이는 되지 말라고, 남이 침범하지 못하는 고급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입버릇 처럼 얘기했었어요. 그걸 들어서 아이도 무의식중에 그런 답을 쓴 건 아니었나 싶어 미안함이 커요.


그런데, 실제로 현실이 그런 걸요. 어릴 적 내 부모님이 나를 키우고 가르칠 때엔 공부가 성공의 길이며, 공부는 돈보다 가치있는 거라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공부와 부가 비례하지 않는 시대가 된 거 같아요.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런 세상에 내가 놓여 있었어요. 정신 차리고 보니 내 위치를 바꾸기엔 이미 늦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냥 조직의 지침을 따르며 수동적으로 사는 월급쟁이의 삶을 살고 있었던 거예요. 반면, 다른이들은 자기 일과 여가를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활용하며 원하는 지출을 영위하는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었어요. 비교하면 안 되지만, 비교를 안 할 수 없는 세상에 놓여 있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 아이에겐 이런 모습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 주고 싶은 게 아빠의 작은 바램이예요. 아빠는 가진 재산이 없기에 물려줄 재산이 없어요. 하지만, 아이가 타고난 적성/인성이 무엇인지, 가진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세상의 이치는 어떠한지, 그 세상에서 아이가 떳떳한 삶을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는게 바람직한지 등에 대한 작은 방향성만은 제시해 주고 싶은 게 아빠의 마음이예요. 내 아이가 '타고난 적성'과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너희의 주도적인 삶을 살라고. 아빠처럼 너무 몰라서 공부를 많이 하고도 여유롭지 못한 삶을 살진 말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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