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이 있었습니다.
먼지가 묻지 않게 닦고 또 닦았습니다.
깨지지 않게 아기처럼 살살 다루었습니다.
누가 볼 까 집 안 깊은 곳에,
아니 품 안에 간직했습니다.
불안하다.
불안하다.
집 앞 마당에 웅덩이를 팠습니다.
기다렸습니다. 그곳에 맑고 투명한 물이 고이기를.
내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을 조심스레 넣었습니다.
물인지 보석인지 구분이 안 가는 안전한 곳일 거라 생각하며.
오가는 사람들.
사람들이 자꾸 드나들었습니다.
사람들 몸에서, 하늘에서,
검은먼지, 검은때, 검은세균이 날아들었습니다.
내 맑고 투명한 물이 더러워졌습니다.
자꾸 더러워졌습니다.
이끼가 끼고 충이 생기고 벌레가 생겨났습니다.
내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이 더러워졌습니다.
내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이 몸살을 앓았습니다.
하얀 보석이 검은 때, 충으로 뒤덮혀 버렸습니다.
옮겨야겠다.
옮겨야겠다.
수십번 망설였습니다.
손을 넣어야 하는데.
손을 넣으면 내 손에 검은물이 들고 충이 달라붙는데.
안 넣으면 내 보석이 위험하고.
손을 넣었습니다.
온 몸이 마비가 되는 듯 했습니다.
참았습니다.
옮겼습니다.
나만 아는 산속 깊은 곳으로 갔습니다.
비밀정원.
그곳에 웅덩이를 팠습니다.
또 기다렸습니다. 맑은 물이 고이기를.
그곳에 다시 내 귀한 맑고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을 넣었습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수십번.
누가 오지 않을까.
여긴 깨끗할까.
먼지가, 세균이, 검은기운이, 검은호흡이 없는.
내 투명하고 맑은 보석.
비밀정원.
욕심일까.
내겐 살아보려는 최소한의 발버둥인데.
검은기운아 여기까진 오지말았으면.
오지말았으면.
오지말았으면.
제발.
저 멀리 밖에선
아직도 검은물결이 일렁거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