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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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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Feb 13. 2023

<비밀정원>

질문(質問)


내겐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이 있었습니다.


먼지가 묻지 않게 닦고 또 닦았습니다.

깨지지 않게 아기처럼 살살 다루었습니다.

누가 볼 까 집 안 깊은 곳에,

아니 품 안에 간직했습니다.

불안하다.

불안하다.


집 앞 마당에 웅덩이를 팠습니다.

기다렸습니다. 그곳에 맑고 투명한 물이 고이기를.

내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을 조심스레 넣었습니다.

물인지 보석인지 구분이 안 가는 안전한 곳일 거라 생각하며.


오가는 사람들.

사람들이 자꾸 드나들었습니다.

사람들 몸에서, 하늘에서,

검은먼지, 검은때, 검은세균이 날아들었습니다.

내 맑고 투명한 물이 더러워졌습니다.  

자꾸 더러워졌습니다.

이끼가 끼고 충이 생기고 벌레가 생겨났습니다.

내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이 더러워졌습니다.

내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이 몸살을 앓았습니다.

하얀 보석이 검은 때, 충으로 뒤덮혀 버렸습니다.

옮겨야겠다.

옮겨야겠다.


수십번 망설였습니다.

손을 넣어야 하는데.

손을 넣으면 내 손에 검은물이 들고 충이 달라붙는데.

안 넣으면 내 보석이 위험하고.

손을 넣었습니다.

온 몸이 마비가 되는 듯 했습니다.

참았습니다.

옮겼습니다.


나만 아는 산속 깊은 곳으로 갔습니다.

비밀정원.

그곳에 웅덩이를 팠습니다.

또 기다렸습니다. 맑은 물이 고이기를.

그곳에 다시 내 귀한 맑고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을 넣었습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수십번.

누가 오지 않을까.

여긴 깨끗할까.

먼지가, 세균이, 검은기운이, 검은호흡이 없는.

내 투명하고 맑은 보석.

비밀정원.


욕심일까.

내겐 살아보려는 최소한의 발버둥인데.

검은기운아 여기까진 오지말았으면.

오지말았으면.

오지말았으면.

제발.


저 멀리 밖에선

아직도 검은물결이 일렁거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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