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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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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Feb 26. 2023

<미물>

질문(質問)


벌레 한 마리가 들어왔다.

찡그렸다.

소리쳤다.

이놈의 벌레.

잡으러 다가갔다.

손으로 내려치려 했다.

옆에 또 한 마리.

엄마와 자식인가.

뭔가를 피해 살려고 들어온 건가.

그만뒀다.

인간의 눈에 비친 이놈들

미물.


병원으로 뛰었다.

고열로 흐느적거리는 아이를 엎고.

사람들로 북적됐다.

주름이 가득한 자,

허리가 휜 자,

걷지못하는 자,

기력이 없는 자,

고열을 앓는 자,

토하고 설사하는 자,

어지러운 자.

누워있는 자,

실려나가는 자.

늙은 부모와 자식,

갖부모와 아이.

찡그렸다.

고개를 돌렸다.

생로병사, 열병, 세균, 사고 투성이 세상.

세상의 눈에 비친 들은

미물이었다.


으르렁 펑, 터지는 소리

찌익 좌악, 찢어지는 소리.

비명소리.

공포, 울음.

모든 게.

주저앉았다.

납작해졌다.

인절미같았다.

마치 거인이 손으로 내려친 듯.

순식간이 사라졌다.

부모, 자식, 친구, 세상 사람들이.

정적이 흘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진공상태 같았다.

삐이익~ 찢어질 듯 이명이 계속됐다.

찡그렸다.

눈을 감았다.

거인의 눈에 비친 이들은

납작하게 눌린 벌레들 같았다.

미물이었다.


잔잔한 음악소리.

보글보글 보리차 끓는 소리.

3년만에 핀 은은한 난초 향기.

멀리서 퍼져오는 커피 향.

흰머리를 쓸어넘기는 정적을 깨는 소리.

돋보기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는 소리.

백지를 뚫어지게 내려다 보는 고민의 소리.

긁적긁적 연필 지나가는 소리.

종이에 뭔가를 써 내려가는 소리.

하늘의 부름을 기다리는 육신의 소리.

정신만은 아직도 새파란 평원을 달리는 청초한 젊은이의 소리.

으흠~ 시 쓰는 한 노인의 인기척 소리.

늙은 아버지의 시 쓰는 소리.

우주의 눈에 비친 이 생명체도

미물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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