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며
몇 달 전,
10년 전에 6학년 담임을 했던 아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기억하실련지는 모르겠지만 00년도에 00초등학교를 졸업한 00이에요!
선생님께서는 처음으로 저희 반을 맡으셨던걸로 기억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네요..ㅎ
벌써 졸업한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어느덧 23살이 되었습니다.
초임으로 오셔서 저희 6학년 0반을 맡으시고 많이 힘들어 하셨던게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ㅎ...
저는 지금 00대 중사로 훈련병들을 가르치는 훈련교관을 하고 있어요!
훈련교관을 하면서 문뜩 선생님이 생각나기도 했고, 우연찮게 선생님이 졸업 당시에 써주신
편지를 보게 되어 연락 남깁니다..!
10년 만에 연락이라 놀라움과 얼떨떨함.
무엇보다 나를 여전히 기억해 준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이랄까 뭉클함
카톡 하나에 많은 기억과 감정이 요동친다
아이는 나를 잊고 지내다
우연히 내가 써주었던 편지를 보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나마저도 잊고 있었던 내가 보낸 편지가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10년 전 제자는 우연히 내가 생각 나 연락을
한 것이겠지만,
10년이 지나 마흔이 된 교사로서의 나에게는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와 나를 울컥하게 한다
10년이 넘는 교직 생활.
솔직히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벗어나고 싶을 만큼
힘들고 슬펐던 기억이 많았다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때론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다가도
어느 순간
선이 넘는 행동들이 나타나면
나는 나의 마음도
닫아버리기 일쑤였다
고백하건대,
내 제자들을
아꼈지만
받은 상처만큼
그들을 밀어냈고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다
물론
요즘 교사 권위의 부재와
학부모들과 관계의 어려움도
한몫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며
겪었던 경험과 감정,
내 아이가 가진 어려움으로 인한
극한의 마음고생으로
마음가짐이랄까
생각이 바뀐 것도 사실이다
모든 아이들은
잘하고 싶고
칭찬과 사랑을 바라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힘들다는 것
가장 속을 썩이고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들이
졸업 후에 꼭 찾아오거나
편지나 선물로
서툴게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고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싶지만
스스로도 조절이 안되어
힘들어했던 우리 아이를
통해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부모의 가정교육의 문제라고만
치부했지만
부모들도 어쩔 수 없는
아이 본연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하기를 바라고
선생님들의 인정을 받길 바라지만
내 자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아이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를 바라지만
학교의 현실도 인정해야 하고
반복되는 문제들로
그들의 가슴속에
죄책감과 더불어 서운함도 깃든다는 것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인정이,
나아가 사랑이
그들이 그토록 바라는 것일 거다
처음으로 교사가 되어
맡았던 아이들과
가장 오래 연락이 닿았던 건
오히려 그 시절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바라는 것 없이 내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상처를 덜 받기 위해
가둬버린 마음이
결국 나에게 더 큰 상처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곧
다시 교사로 돌아간다
나는 이제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 것인가
어떤 사람
어떤 어른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인가
그 근원적인 물음을
10년 만에 돌아온 이 편지가
나에게 묻는다